[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똑같은 공 던져 잡아야죠."
약관의 신예 김윤수(21)가 스스로 던진 약속을 지켰다.
김윤수는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전날 경기를 아쉬움 속에 복기했다. 그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4-5로 한점 뒤진 9회초 등판했다. 선두 배정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2사 1루에서 로하스에게 우중월 쐐기 투런포를 허용했다. 낮은 구석에 제구까지 잘된 153㎞의 강속구였지만 로하스가 기 막히게 받아 넘겼다.
이 지점에서 김윤수는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로하스 홈런 보다 선두타자 배정대 선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준 게 속상했어요. 볼넷이 아니었다면 솔로홈런이었잖아요. 홈런은 제가 잘 던진 공이었고, 로하스가 잘 쳤어요. 다음에 로하스를 만나면 똑같이 던져야죠."
신예다운 패기.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날 김윤수는 다시 등판했다. 공교롭게 로하스를 또 만났다. 7회초 2사 1루.
김윤수는 이 승부에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전날 홈런을 맞았던 150㎞대 패스트볼을 3구 연속 던졌다. 변화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비록 큰 점수 차였지만 전날 기억을 떠올리면 담대한 승부였다.
이전 타자에 비해 혼신을 다해 더 힘껏 뿌렸다. 1,2구는 볼, 3구째 로하스의 배트가 돌았다. 잘 맞았지만 김윤수의 기세에 밀린 타구가 좌익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김윤수의 승리였다.
로하스는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최고의 외국인 타자.
힘대힘 승부로 멋지게 설욕했다. '제2의 안지만'으로 성장이 점쳐지는 유망주. 대성의 멘탈을 엿볼 수 있었던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