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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40억 오지환의 상반된 가치', 수비력이 타력을 압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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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건 인지상정이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LG 차명석 단장은 오지환과 FA 협상을 할 때 "어차피 남을 선수이고 우리 선수이니, 최대한 예우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며칠 뒤 오지환의 백지위임을 받아 4년 40억원에 사인할 때는 "결정적 순간 발휘하는 집중력, 기동력, 수비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못할 때도 있지만, 잘 할 때는 너무 잘한다는 얘기다. 40억원에는 잘 하는 걸 인정하고 앞으로도 기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오지환은 수비보다 공격에서 단점이 많이 지적된다. 삼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지환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가운데 타율이 2할5푼2리로 50위였고, 삼진은 113개로 전체 타자중 5번째로 많았다. 올시즌에도 규정타석을 넘긴 58명 중 타율은 52위, 삼진은 31개로 6위에 랭크돼 있다. 타격 실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

수비 능력은 어떨까. 지난 시즌 오지환은 12개의 실책을 기록해 10개팀 주전 유격수들 가운데 5번째로 적었고, 수비율은 9할8푼1리로 두 번째로 좋았다. 올해는 15일 현재 실책은 4개로 SK 와이번스 정 현과 함께 가장 많고, 수비율은 9할7푼5리로 8위다. 그러나 시즌 초 실책 차이가 1~2개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순위 자체가 유의미하지는 않다. 정확한 평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14일 잠실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은 '유격수 오지환'의 가치가 확연히 드러난 경기였다. 3회초 이날 첫 더블플레이를 완성한 오지환은 5회초 무사 1,2루서 중견수 쪽으로 흐르는 이대호의 타구를 잡아 몸을 날리면서 2루수 정근우에 송구, 두 번째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냈다. 1루주자 전준우의 발이 느리지 않다는 점에서 몸을 날리는 불안정한 자세에서 정근우에게 정확하게 토스한 게 인상적이었다. 포구와 송구 모두 극찬받을 만했다. 7회에는 1사 1,2루에서 전준우의 왼쪽 깊숙한 타구를 잡아 무릎을 구부리는, 소위 '벤트레그'로 잡아 역동작으로 2루로 정확하게 송구해 선행주자를 잡아내기도 했다.

이날 그의 수비는 롯데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도 비교됐다. 마차도는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로 62경기에 출전해 실책 4개, 수비율 9할8푼2리를 기록했다. 리그 유격수 평균 수비율이 9할7푼4리였으니, 비록 주전은 아니었지만 수준급 수비력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날 오지환은 마차도와 비교해 수비력에서 뒤쳐질 게 없었다.

다만 올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마차도의 수비는 인정해야 한다. 35경기에 출전한 마차도는 실책이 1개 밖에 없고, 수비율은 9할9푼4리로 주전 유격수 10명 가운데 가장 좋다. 대표적인 수비력 세부지표인 평균대비 수비승리기여도(WAA)는 0.759로 역시 1위며, 수비범위도 5.75로 단연 으뜸이다. 오지환은 WAA가 0.411로 3위, 수비범위는 3.07로 역시 3위다.

오지환은 이날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 2득점 1타점을 올리는 등 모처럼 공수에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경기 후 그는 "벤트레그는 유지현 코치님께 배웠다. 최근 빠른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 스텝만으로 넥스트 플레이를 하기 쉽지 않다. 벤트레그 후 연결동작으로 던지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지환은 "실수는 줄여야 하지만 언제든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며 "올해는 정근우 선배님이 많이 챙겨 주셔서 잘 털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LG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한국시리즈가 목표다.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26년 만에 숙원을 풀게 된다. 우승팀에는 우승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뛰고, 2위팀에는 딱 그런 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올해 오지환은 '어떤 팀' 유격수로 기록될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