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빠른 편이 아니지만, 성장률이 낮은 탓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은 최상위권으로 나타났다.
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790조52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폭(4.5%)은 조사 대상인 전 세계 43개국 가운데 25위로, 빚이 급증하는 여타 국가에 비해 작은 편이다. 프랑스의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6.1% 늘었고 벨기에는 5.5%, 독일은 4.6% 불어났다. 신흥국 중에서는 러시아가 20.8%, 중국이 16.0%, 홍콩이 14.0%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세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 또한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2.7%포인트 오른 93.9%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겪은 2008년 미국의 95.9%에 준하는 수준이다.
상승 폭 역시 홍콩(7.7%포인트), 중국(3.5%포인트), 노르웨이(2.9%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이는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이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가계 빚 규모를 소폭 웃도는 1913조9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쳐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0.9%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