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가 한국축구의 올림픽-월드컵 가는 길까지 흔들고 있다.
한국축구는 3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여자 A대표팀은 6일 한국, 11일 호주에서 중국과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를 예정이었다. 중국이 과거보다 해볼만한 상대라는 평가 속, 본선행 가능성이 높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남자 A대표팀은 26일 천안에서 투르크메니스탄, 31일 스리랑카에서 스리랑카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5, 6차전이 예정돼 있었다. 북한, 요르단 원정길에 두번의 무관중 경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벤투호는 예상 외로 고전하며 조 2위에 머물렀다. 3월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예선 진출 여부가 가려졌다.
작은 변수까지 통제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꼬였다. 일정이 바뀌었다. 중국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는 4월 이후에 치르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정확한 일정이 결정될 전망이다. 남자축구 역시 일정이 연기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동아시아 회원국 대표들은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AFC 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2차 예선 잔여 경기들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AFC는 서아시아 회원국들과 합의를 마친 후, 국제축구연맹(FIFA)와의 회의를 거쳐 남은 예선 경기의 일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3월 일정에 맞춰 경기를 준비하던 콜린 벨 감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벨호는 WK리그 팀들의 협조를 받아 당초 예정보다 3~4일 빠른 지난달 22일 소집됐다. 경기일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만큼, 전체적인 경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 리듬을 다시 맞추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무관중 경기까지 감수하며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미뤄졌다. 다시 손을 대야 하는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당장 지소연(첼시) 장슬기(마드리드) 이금민(맨시티) 등 유럽파 차출 논의도 다시 해야한다. 다만 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상에 신음하던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장 창 조미진 문미라 조소현 등 핵심자원의 복귀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은 벨 감독의 위안거리다.
남자 대표팀은 실보다 득이 더 많다. K리그는 물론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까지 일정이 연기되거나 중단됐다. 벤투호 주축선수들의 컨디션 저하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시즌 초는 체력훈련의 여파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실전 감각까지 떨어진 이들의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혹시 모를 유럽파의 차출 변수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상 A매치 기간에는 무조건 선수를 보내줘야 하지만, 만약 사태가 장기화되며 유럽파들이 포진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한국인들의 입국을 막을 경우에는 이들의 차출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가 연기되며, 벤투호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됐다.
당초 2월말 예정이었던 벤투 사단의 입국도 이달초로 연기됐다. 당장 K리그 개막 등이 예정돼 있지 않은만큼 협회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9~10일 경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K리그는 물론, 월드컵 예선 일정까지 정해진 것이 없어 한국 복귀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벤투 감독은 해외파 컨디션 체크와 지난 경기 분석 등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