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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나' 최준용 충돌 사건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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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진 건가.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창원 LG의 경기는 LG가 76대7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많은 관중 앞에서, 최하위권을 못벗어나고 있는 LG가 선두 SK를 격침시켰기에 팬들은 즐거웠다.

그런데 이 LG의 승리는 양팀 선수들의 충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쿼터 LG 베테랑 강병현과 SK 최준용이 플레이 도중 충돌했다. 최준용이 선배를 도발했다고 여겨, 강병현이 최준용을 밀쳤다. 이후 크게 지고있던 LG 선수들이 똘똘 뭉치더니 경기를 뒤집어 버렸다. SK 문경은 감독도 "선수끼리의 충돌이 LG 선수들을 더 뭉치게 만든 것 같다"고 코멘트 했다.

하지만 이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가족팬들에게 좋지 않은 장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고, 키가 더 큰 최준용이 공을 따내는 사이 강병현이 코트에 넘어졌다. 문제는 이 때 발생됐다. 최준용이 쓰러져있는 강병현쪽을 향해 공을 뿌리려는 시늉을 한 것이다. 이에 강병현이 자신을 조롱한 것이라고 여겨 격분을 했다.

강병현은 명백히 최준용이 자신을 도발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준용은 코칭스태프에 도발의 의도는 1%도 없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자신과 경합 중 상대 선수가 쓰러져 바라본 것일 뿐이라는 것. 영상을 보면 넘어지는 사람을 걱정해 바라본다기보다, 약간의 액션이 가미가 되긴 했다. 그렇다고 상대를 공으로 가격하려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보기에도 과한 면이 있다. 최준용의 명백한 잘못했다고 몰고가기엔 증거(?)가 약간은 부족하다.

문제는 잘잘못을 가리는 걸 떠나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냐는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농구인은 "만약 최준용이 아닌 다른 선수가 그 상황에 얽혔다면 강병현이 그렇게까지 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이게 핵심이다.

최준용은 이번 시즌 세리머니의 화신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3점슛 성공 후 화살을 쏘고,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하며, 최근에는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기도 한다. 팬들이 좋아한다. 꺼져가는 농구 인기를 되살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게 지나치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점슛 성공 후 화살을 쏘는 시늉을 관중석으로 하면 되는데, 상대팀 벤치나 선수를 향해 해버리면 이는 명백한 도발이다. 그 선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게 지켜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고, 상대팀들에서 대놓고 얘기를 하지는 못해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는 LG는 SK에 이번 시즌 3연패를 당하고 있었는데, 그 경기들 모두 최준용이 잘했다. 1차전 14득점 9리바운드, 2차전 13득점 7리바운드, 3차전 9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었다. 안그래도 눈엣가시인데,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면 누구보다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LG는 꼭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경기장에 관중도 많아 선수들이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딱 사고가 터지기 좋았다.

개성 넘치는 최준용의 경기와 세리머니에, 이런 일이 터질 가능성은 충분했었다. 다만, 이를 최준용의 잘못으로만 몰고가는 분위기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농구 선수들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할 때, 쇼맨십 넘치는 선수가 나왔는데 이 사건으로 위축이 되면 볼거리가 줄어든다. 상대에 대한 존중만 있다면, 선-후배 문화 상관 없이 실력과 개성으로 팬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준용도 애매한 경계선을 잘 지킬 필요는 있다.

심판들의 대처도 아쉬웠다. 사실 강병현이 최준용을 강하게 밀친 건 도발 여부를 떠나 명백한 퇴장 사유였다. 하지만 U파울 선언에 그쳤다. 그리고 볼데드 상황에서 상황을 말리려다 강병현을 살짝 미친 김민수에게 똑같은 유파울이 적용됐다. 모든 걸 떠나, 맞은 쪽이 자유투 2개를 상대에 내주는 게 난센스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