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박나래는 누가 뭐래도 이제 대한민국 톱코미디언이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등 MC로 전향한 코미디언들을 제외하고 이처럼 각종 분야에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코미디언은 박나래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가 처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분장을 통해서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분장의 신' 코너에서 그는 각종 셀럽들의 분장을 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마동석 분장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동료 미녀 코미디언 장도연의 절친 정도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은 기회를 얻자 순식간에 폭발했고 방송가를 장악했다. MBC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 입담도 인정받았고 활동을 하면 할수록 호감을 쌓아가는 이미지로 변모했다.
그는 올해만 해도 MBC '나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SBS '리틀포레스트', tvN '뭐든지 프렌즈', '놀라운토요일-도레미마켓',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JTBC '어서 말을 해' 등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최근 론칭이 준비되고 있는 KBS 스탠드업코미디쇼의 MC로도 발탁된 상태다.
단독 스탠드업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이하 농염주의보)는 지난 16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한명의 코미디언이 처음부터 끝까지 쇼를 이끌고 가는 형식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서는 흔한 방식이지만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르다. 사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으로 웃길수 있는 코미디언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나래는 "나는 콩트를 주로했던 코미디언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스탠드업 코미디쇼 무대는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한 3년뒤에나 단독 무대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왔다"고 말한 박나래는 "이런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 내가 잘하는 분야도 아니었다. 공부하고 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재미가 없을까봐 공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소재로 하기로 했다. "정치는 전혀 모르고, 나는 누굴 디스한다거나 풍자를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것, '그게 뭘까' 생각하다 섹스터치 코미디를 떠올렸다. 그래도 제약은 많더라.(웃음)"
사실 한국에서 여성 연예인이 성적인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시피하다. 그래서 박나래가 말 그대로 '총대를 메기'로 한 것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넷플릭스를 좋아하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는 약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 방송에서는 쎈 얘기가 좀 빠졌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다음 공연이 있으면 더 쎄게 할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박나래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졌다. 마지막 공연으로 방송 촬영을 할걸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날 온 관객들은 귀를 씻고 갔다. 쌍욕, 비속어, 안해도 될얘기까지 더 많이 했다"고 웃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박나래는 적절한 수위를 지켜서 돋보였다.
덕분에 그의 가치는 독보적이 됐다. 각종 지상파방송에서 연말 상을 독차지 할 정도로 대중적인 스타가 '섹스터치'라는, 아직은 우리에게 금기시되는 소재를 들고 단독공연을 펼친다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그리고 박나래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새롭게 도전할 분야가 어떤 것일지 대중이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