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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女월드컵 역사'쓴 황인선 감독대행"후배들과 16년만의 美도전"[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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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최강 미국을 상대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경기를 하겠다. 여자축구의 희망을 보여주는 원정길이 됐으면 한다."

'여자축구 레전드' 황인선 감독대행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20위)이 29일 오전 미국(FIFA랭킹 1위)과의 친선경기 원정 2연전을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여자축구 A대표팀은 내달 4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샬럿 뱅크오브아메리카스타디움에서 미국과 1차전, 7일 오전 3시 시카고 솔저필드에서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출국을 하루 앞둔 28일 23명의 여자대표팀이 파주NFC에 결집했다. 황 감독대행은 다시 한번 여자축구의 희망과 미래를 노래했다.

황 감독대행은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역사다. 여자축구의 첫 월드컵 역사가 그녀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2003년 6월 21일 아시아축구연맹(AFC) 방콕 여자축구선수권 일본과의 3-4위전(1대0승)에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미국여자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황 감독대행은 "그 당시에 우리 여자축구는 정말 열악했다. 일본을 이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붙으면 하프라인도 못 넘었을 때"라고 과거를 돌아봤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가 한 가지 목표, '우리도 월드컵 한번 가보자'는 하나의 소망으로 똘똘 뭉쳤다. 그 간절함이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투지를 불살랐다. 다들 걸어서 못나올 정도로 죽어라 뛰었다"고 했다.

스물일곱, 선수로서 사상 첫 미국월드컵의 길을 열었던 그녀가 마흔셋의 지도자가 됐다. 16년만에 후배들을 이끌고 미국 원정 2연전에 나서게 됐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다수 여자축구 선진국 감독이 여성이고, 여성감독이 남자팀도 지도하는 시대지만, 한국축구 대표팀에선 '대행'이라도 여성 사령탑은 처음이다. 또 한 번,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황 감독대행은 여자축구의 몇 안되는 선수 출신 실력파 지도자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10년간 A매치 39경기(3골)에 나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 은퇴했고, 이후 지도자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2007~2009년 서울시청 코치, 2010~2014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약했다. 2010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선 최인철 감독과 함께 대표팀 코치로 3위 신화를 일궜다. 2015~2017년 화천정산고 감독, 2017년 경주한수원 코치, 2018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코치, 2019년 19세 이하 여자대표팀 코치 등 학원, WK리그, 대표팀 지도자를 두루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여성지도자 가운데 P급 라이센스를 보유한 이는 이미연 보은 상무 감독, 김은정 전 여자대표팀 코치, 김선영 율면고 감독, 윤수진 전 여자대표팀 코치 등 5명 정도다. 처음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된 황 감독대행은 "비록 정식감독은 아니지만 감독대행으로서 후배들과 미국을 가게 됐다. 협회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후배선수, 지도자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깨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후배들이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황 감독대행은 미국전을 앞두고 "객관적 전력상 열세인 것은 맞다. 미국은 세계 최강팀이고 여자월드컵 2회 연속 우승팀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정몽규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열악한 환경속에 정신력으로 뛰는 시대는 지났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강한 정신력으로 투지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여자축구의 희망을 보여주는 원정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수 생활 하는 동안 미국 한번 이겨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번 원정을 한마음으로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밖에서 바라본 여자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다. 황 감독대행은 "우리 여자축구가 너무 정체돼 있다. 선수들은 지도자 하기 나름이다. 지도자가 정체되면 선수도 정체된다"라며 지도자로서 분발을 다짐했다. "강팀을 상대로도 약팀을 상대로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강팀과의 격차가 컸다. 선수들도 프랑스월드컵 3패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지휘봉을 잡았다. 선배로서, 감독으로서 '원팀'을 강조했다. "개인 감정을 모두 버리고 큰 목표를 위해 나아가자. 우리는 해야할 일, 이뤄야할 목표가 있다. 사사로운 감정을 덮고 큰 것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다함께 하나가 돼 움직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표팀 8번을 달고 현란한 드리블을 구사했던 1m60의 미드필더 황인선은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감독으로서의 스타일 역시 "당연히 공격"이라고 했다. "선수 때 볼을 뺏기면 화가 날 정도였다. 공격을 해야 즐겁다. 축구는 수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안되더라도 무조건 앞으로 향해야 한다"며 공격축구를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강팀을 상대로도 잘 안되더라도 계속 공격적으로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미국을 상대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