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K리그 여름이적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장신 공격수였다.
강등권에 있던 '경(남)-제(주)-인(천)'은 승부수로 약속이나 한 듯 장신 공격수를 영입했다. 경남이 강원에서 1m95의 제리치(세르비아)를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제주는 1m94의 오사구오나, 인천은 1m95의 케힌데(이상 나이지리아)를 영입했다. K리그1 뿐만이 아니다. K리그2 역시 장신 공격수 영입 러시에 발을 맞췄다. 전남은 1m97의 브루노 바이오를, 대전은 1m93의 하마조치(이상 브라질)를 영입했다.
'말컹 효과'가 만든 흐름이었다. 1m96의 말컹은 2년간 K리그를 정복했다. 2017년 K리그2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었던 말컹은 2018년 K리그1 득점왕과 MVP까지 차지했다. 말컹은 거액을 받고 중국 허베이 화샤로 이적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뤄냈다. 경남은 말컹을 앞세워 K리그1 승격, 승격 첫 해 K리그1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사실 올 겨울이적시장에서도 장신 공격수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각 구단들은 '제2의 말컹'을 찾아나섰다. 여름 K리그에 입성한 오사구오나, 케힌데, 브루노 등은 이미 겨울부터 프로필이 돌던 선수들이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이들이 여름이적시장에서, 그것도 상황이 급한 팀들의 유니폼을 입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높이는 축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골루트 중 하나다. 지고 있는 팀들이 후반 장신 선수를 최전방에 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기에는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통하면 가장 위력적이다. 알고도 막지 못한다. 후반기 반등이 필요한 팀들은 보다 쉽게 골을 노릴 수 있는 축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장신 공격수 카드를 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제주 강등권 탈출의 기대주였던 오사구오나는 7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K리그2에서는 브루노 바이오가 4골로 그나마 제 몫을 했고, 하마조치는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유일한 성공작은 제리치다. 제리치는 경남 이적 후 8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최근 3경기에서는 4골을 기록하며 경남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장신 공격수들이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맞춤형 전술 부재다. 단순해 보이지만 장신 공격수 활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단순하게 때려넣는 방법으로는 절대 골을 넣을 수 없다. 김신욱이 대표팀에서 부진한 이유다. 김신욱은 "나는 나에게 맞는 전술이 필요한 유형이다. 소속팀에서는 오랜 기간 부분 전술을 맞출 수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제주와 인천 모두 장신 공격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주위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부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골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의 활용법은 주목할만 하다. 전술에 해박한 이도형 전 성남 코치는 "김종부 경남 감독 전술의 핵심은 측면이다. 김 감독이 측면 활용을 대단히 잘한다. 측면에서 경기를 푼 뒤 가운데로 연결하는 과정이 좋다. 김 감독 체제 하에서 장신 공격수가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중앙쪽을 적극 활용한 강원의 전술 속 어려움을 겪던 제리치는 경남에서 딱 맞은 옷을 입은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면 제주와 인천은 측면 공격수들이 마무리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장신 공격수들이 활약하기 어렵다. 결국 야심차게 영입한 장신 공격수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술적 변화가 필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