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졸전 속에 찾은 작은 위안거리, 어떻게 봐야 할까.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이 2019 FIBA 아시아컵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한국은 24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아시아컵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48대44 승리를 따냈다. 이어지는 인도, 일본전을 앞두고 조별리그 통과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는 8위팀까지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 출전할 수 있어 조별리그 통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없었다. 스코어에서 볼 수 있듯이, 50득점도 못넘기는 졸전이었다. 대만이 우리보다 더 못해서 가려졌지, 우리도 정말 못한 경기였다. 웬만한 경기력을 갖춘 팀이었다면, 한국을 상대로 몇 번이고 역전했을 찬스를 잡았을 경기 내용이었다.
일단 한국이 자랑하는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 무수한 슛을 던지고도, 성공된 건 3개 뿐이었다. 박혜진(우리은행)이 에이스로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는데, 그가 부진하자 한국의 경기력이 흔들리고 말았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아시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안된 점을 지적만 할 수도 없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강제 리빌딩'을 단행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대표팀 구성을 봤을 때 김단비(신한은행) 김정은(우리은행) 강아정(KB스타즈) 김한별(삼성생명) 등 득점을 책임져줄 수 있는 주포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했다. 오랜 기간 대들보 역할을 했던 임영희도 은퇴했다. 박지수(KB스타즈)도 미국여자프로농구 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경험 많고, 외곽슛이 정확한 선수들이 빠지자 확실히 팀의 무게감 자체가 달라졌다. 여기에 염윤아(KB스타즈)는 발바닥 부상으로 정상이 아니고, 파이터 최은실(우리은행)도 부상으로 대만전에 뛰지 못하는 등 악재가 가득했다.
그렇게 따지면 경기 내용을 떠나 승리 자체만으로도 어느정도 점수를 줄 수 있다고도 봐야 한다. 이날 주축으로 뛴 선수 중 대다수가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었기 때문. 그나마 경험이 있는 박혜진과 강이슬(KEB하나은행)이 부진할 때 오히려 겁 없는 신예들이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투지가 좋은 김민정(KB스타즈)이 과감한 돌파와 슛을 선보이며 팀 내 최다 득점인 10득점을 기록했다. 구 슬(BNK)도 남자 선수와 같은 슛터치로 중요한 순간 3점포를 꽂아 넣었다. 기대주 박지현(우리은행)은 경기 맥을 짚어내는 수비로 경기 막판 팀을 위기에서 여러 차례 구해냈으며, 대만 국적에서 귀화해 태극마크를 다는 감격을 누린 진 안(BNK)은 당황한 듯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크게 긴장할 수 있는 무대에서,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 감독은 "경기 내용과 상관 업이 어떻게든 첫 경기를 이겨 다행이다.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는 점, 어린 선수들로 팀이 구성돼 미숙한 플레이가 나왔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경기를 할 수록 이 부분들을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일본과의 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쇄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