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일시적 부진일까, 아니면 피로 누적인가.
단기전, 즉 포스트시즌은 투수진 싸움이라고 하는데, 상위권 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반 불펜진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한 선두 경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지난 24일 열린 경기에서 상위권 3팀이 모두 불펜진 난조로 승리를 놓쳤다.
1위 SK 와이번스가 KT 위즈에 역전패한 수원 경기가 불펜진 난조의 '전형'이었다. SK는 선발 앙헬 산체스의 호투로 7회까지 3-2로 앞서다 8회 필승조가 무더기로 난타를 당하면서 5점을 허용해 3대7로 역전패를 당했다. SK가 자랑하는 셋업맨 김태훈이 3타자를 맞아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안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했고, 이어 정영일도 나오자마자 유한준과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는 등 4타자를 상대하며 2점을 허용했다. 이날 패배로 SK는 올시즌 첫 6연패의 늪에 빠졌다.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야 자력으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다.
두산 베어스도 창원에서 불펜진 난조로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6-3으로 앞선 7회말 권 혁이 내보낸 주자 2명이 최원준이 제이크 스몰린스키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모두 홈을 밟았고, 7-5로 앞선 8회에는 최원준이 내보낸 주자를 믿었던 마무리 이형범이 들여보내 다시 한 점차로 쫓겼다. 9회말에는 박치국이 승리를 눈앞에 둔 2사후 스몰린스키에게 기습적인 좌월 솔로홈런을 내줘 연장전에 돌입하고 말았다. 결과는 7대7로 무승부.
하루라도 빨리 4위를 확정하고 싶은 LG는 트윈스는 잠실 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2대4로 패했다. 선발 타일러 윌슨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1-1 동점이던 8회초 송은범이 6타자를 맞아 구자욱의 투런홈런 등 3안타 1볼넷을 허용해 3실점했다.
어떤 팀이든 시즌 막판 불펜 운영이 힘든 건 마찬가지다. 상위팀들로서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난조를 보이는 대표적인 투수는 LG 마무리 고우석이다. 지난 22일 두산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4경기 연속 8회 2사후 등판해 피로가 가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고우석은 이날 두산전에서 비가 온 뒤 열린 경기라 마운드 상태가 고르지 않은 점을 어필했는데, 어쨌든 최근 직구 구속이 들쭉날쭉하는 등 밸런스가 평소같지 않다.
SK는 셋업 진용이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마무리 하재훈이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할 정도다. 김태훈은 최근 4경기에서 3⅓이닝, 평균자책점 13.50, 피안타율 4할을 기록했다. 서진용 역시 4경기에서 4⅓이닝, 평균자책점 8.31, 피안타율 2할6푼7리, 피출루율 4할5푼으로 출루 허용이 많았다. 정영일도 최근 4경기 평균자책점 4.50, 피안타율 2할7푼8리로 불안했다. SK 염경엽 감독은 잔여경기에는 선발 문승원을 불펜으로 돌려 난국을 뚫어보겠다는 계획이다.
두산 역시 불펜진이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열흘 동안 기록한 불펜투수들의 피안타율을 보면 이형범이 4할7푼8리, 최원준 3할4푼4리, 권 혁 3할8리, 박치국 2할8푼6리 등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선발 요원 이용찬을 포스트시즌서는 셋업맨 또는 마무리로 쓰겠다고 했는데, 시기를 앞당기는 걸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3팀과 달리 3위 키움 히어로즈 불펜진은 비교적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셋업맨 김상수와 한현희가 최근 불안했지만, 마무리 오주원과 셋업맨 조상우과 윤영삼 등은 안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시즌 10홀드 혹은 10세이브 이상을 기록중인 투수 33명의 투구이닝 순위에서 고우석(69이닝) 2위, 김태훈(68⅔이닝) 서진용(65이닝)은 각각 공동 3위와 7위, 이형범(60⅔이닝) 9위이다. SK와 두산, 키움이 벌이는 시즌 막판 선두 경쟁은 불펜진 운영서 실수를 줄이는 팀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