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윤빛가람, K리그1 극적 잔류의 마지막 등불이 될까.
제주 유나이티드가 모처럼 만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제주는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K리그1 29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0 승리를 차지했다. 9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서 탈출했음은 물론,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으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강등권 탈출 경쟁에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성남전 대승으로 반전의 분위기를 만들었음은 확실하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상대 골키퍼가 실수를 해 행운의 선제골을 얻은 것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제주 스스로도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공-수 모두에서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적극적을 펼친 게 승인이었다.
제주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윤빛가람 효과를 기대했다. 상주 상무에서 전역 후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올시즌 상주 소속으로 8득점 4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다 원소속팀 제주에 합류하게 됐다. 갈 길 바쁜 제주 입장에서는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중원 지휘자의 합류가 너무도 반가웠다.
올시즌 제주의 경기를 보면, 윤빛가람의 필요성을 알 수 있었다. 지는 경기가 늘어나며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미드필더들이 2선에서 패스를 찔러주기를 무서워했다. 실수가 두려워서였다. 그렇게 중원이나 후방에서 횡패스, 백패스만 오가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상대에 당하기만 했다.
선수 성향도 영향이 있었다. 주축 미드필더인 윤일록의 경우 경기 조율보다는 공격 성향이 짙고, 이창민의 경우 패스보다 강력한 슈팅이 장기인 선수다. 아길라르라는 좋은 플레이메이커가 있지만, 최윤겸 감독 부임 후 자리를 잃었다. 아길라르의 킬패스도 좋지만, 그가 뛸 때 수비에서 나는 구멍이 더 커 경기를 그르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빛가람이 중심을 잡고 경기를 컨트롤하자 제주의 경기도 달라졌다. 성남전 기록으로 보면 90분을 뛰며 슈팅 1개, 코너킥 3개를 찬 게 전부였지만 전반적으로 볼 흐름의 안정감이 있었다. 또, 그가 경기 조율을 하자 다른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강력한 중거리슛을 자신있게 때리다, 그 모습이 사라졌던 이창민이 제 모습을 찾은 게 하나의 예다.
윤빛가람과 함께 상무에서 돌아온 수비수 백동규의 활약도 좋았다. 제주는 최근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허무하게 경기를 패했는데, 백동규 역시 복귀전에서 센터백으로 나서 육탄 방어를 하는 등 이를 악물고 뛰어 무실점을 이끌었다. 주전 외국인 수비수 알렉스 부상 이탈로 힘들었던 제주에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제주는 시즌 내내 강등 최유력 후보로 꼽히는 수모를 겪어왔다. 하지만 함께 하위권으로 처진 경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가 도망가지 못해 제주에게는 강등권 탈출의 희망이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윤빛가람 합류가 제주를 남은 경기에서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제주의 운명을 바꿀 최대 변수가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