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배수지가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배수지는 20일 첫 방송한 SBS 금토극 '배가본드'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고해리 역을 연기했다. 단순히 톡톡튀며 러블리한 모습만 과시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여야 하기때문에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 관심을 모았다.
일단 이번 작품은 수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수지가 맡은 고해리의 진짜 신분은 국정원 블랙요원이지만, 모로코 한국대사관 계약직 직원이라는 이중생활을 소화해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은밀하게 조직의 관계에 스며들어야 하기에 수지는 캐릭터에 같은 듯 다른 성격을 부여했다. 계약직 직원일 때는 누구보다 밝은 미소와 다정한 모습을, 국정원 요원일 때는 냉철하면서도 상사에게 투정도 부릴 줄 아는 유연함도 갖췄다. 한 회 속에서 두 역할을 오가는 연기를 수지는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력, 뛰어난 두뇌까지 갖춘 블랙요원으로서의 능력이 수지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
여기에 자신을 테러범과 한 패로 오인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자꾸만 일깨우는 달건(이승기)을 향한 거친 말을 쏟아내면서도 그를 구하기위해 경찰들이 겨눈 총 앞에 뛰어드는 행동력까지 갖췄다. 또 블랙박스를 통해 획득한 부기장의 통화내용과 영상 속 남자의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는 뛰어난 두뇌와 판단력까지 선보였다. 비록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책임감과 정의로움으로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수지가 펼쳐갈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21일 방송에서 고해리는 비행기 사고가 테러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대사관의 비리 증거를 찾기 위한 임무는 끝이 났지만 더 거대한 사건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을 내딛게 된 해리의 모습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또 고해리는 '넘치는 인간미'를 가진 인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났다 하면 티격태격 서로를 자극하는 달건과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면서 블랙요원이자 인간 고해리의 내적 갈등이 드러났다. 진심을 다해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을 챙겼고, 테러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달건의 "당신도 책임 있다"라는 말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동영상과 초대장 속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바라보며 눈가에 가득 차오른 눈물은 애잔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2회까지 진행된 결과 고해리는 단순히 국정원 요원이 아니라 비밀을 간직한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1회 초반 용병이 된 차달건의 조준경에 포착된 모습이나, 군수업체 존앤마크의 부사장을 암살하는 모습 등은 고해리가 좀더 복잡한 관계속에 얽힌 인물이라는 것을 짐작케한다.
분명히 현재까지 그가 연기해온 캐릭터와 '배가본드'의 고해리는 확연히 다르다. 배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제 그가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배우로서 한계단 더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