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올 시즌이 끝나면 KIA 타이거즈에선 두 명의 내야수가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주인공은 안치홍(29)과 김선빈(30)이다.
사실 시즌 전 기대감은 안치홍이 높았다. 지난해 공격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루수 역대 최다 타점(118개)을 기록했고, 23개의 홈런도 때려냈다. '거포 2루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구단도 시즌 전 특급 예우를 보였다. 기존 연봉 3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56.3%)를 올려 5억원 클럽에 가입시켜줬다.
하지만 올 시즌 모든 지표가 뚝 떨어졌다. 타율은 3할1푼5리로 마감했지만, 5홈런 49타점 등 반발계수가 조정된 공인구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손가락 통증에 시달리면서 참고 뛰었지만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 7일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실망스런 시즌을 보낸 건 김선빈도 마찬가지다. 2017년 수위타자(타격왕)에 등극한 뒤 2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118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6리 3홈런 40타점을 기록 중이다. 표면적 수치는 분명 떨어졌다. 헌데 김선빈의 가치는 이번 시즌 더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FA 신분을 취득할 김선빈의 시장 가치가 더 향상됐다. 파격적이진 않지만 '저만한 선수가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귀띔했다.
사실 김선빈은 좋은 기분으로 올 시즌 출발선에 서지 못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받지 못했다. 2017년 너무 지표가 좋았던 탓에 지난해 모든 수치가 떨어지면서 구단에 '예비 FA' 프리미엄을 어필하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도 구단에서 설정한 자신의 가치 설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선빈도 '투고타저' 트렌드까지 바꿔버린 공인구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김선빈은 멀티 수비력을 뽐내며 공격의 부족한 면을 채웠다. 지난 10년간 부동의 유격수로 자리매김 했지만 '세대교체'를 원하는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했다. 지난 5월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10년 만의 2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박흥식 감독대행은 "선빈이가 2루수까지 보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2루수로 뛰라고 했는데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감독대행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2루 수비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김선빈의 가치를 높인 셈이 됐다.
김선빈의 가치는 팀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백업이 부족하다. 올 시즌 '히트상품' 박찬호라는 걸출한 수비력을 갖춘 자원이 얼굴을 내밀었지만 풀타임을 처음 치르다 보니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시즌 후반이 될수록 타격감도 뚝 떨어졌다. 아무리 못 쳐도 타율 2할 후반대를 찍는 베테랑 김선빈에게 공격지표로는 견주기 힘들다. 2루수로 출전할 경우 황윤호도 백업멤버로 경쟁 중이다. 그러나 꾸준함과 수비력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FA 쪽박이라 여겨졌던 김선빈의 입지는 180도 달라졌다. 잠실=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