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스스로 '퍼펙트맨'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완벽하지 못하고 늘 뭔가 아쉽더라고요. 마치 버스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것 같은 기분이죠. 언제쯤 '퍼펙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하."
휴먼 코미디 영화 '퍼펙트맨'(용수 감독, MANFILM·쇼박스 제작)에서 폼에 죽고 폼에 사는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 그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퍼펙트맨'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폼 나는 인생을 위해 돈이 필요한 건달과 후회 없는 마지막 인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시한부 로펌 대표가 만나 서로의 반전 인생을 위해 손을 잡는 이야기를 그린 '퍼펙트맨'. 이러한 '퍼펙트맨'은 성격부터 직업, 패션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과 극 캐릭터와 스토리로 보는 이들을 배꼽 잡게 만들고 이런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 가을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들 전망.
무엇보다 '퍼펙트맨'이 선사한 웃음과 감동은 충무로에서 손꼽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와 조진웅의 열연으로 한층 배가돼 눈길을 끈다. 특히 꼴통 건달 캐릭터를 소화한 조진웅은 역대급 싱크로율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 극 중 인생 한방의 역전을 꿈꾸며 깡 하나로 폼나게 버텨온 꼴통 건달 영기로 변신한 조진웅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매력으로 영화 속 활력을 불어놓는다. 지금껏 본 적 없는 화려한 패션부터 차진 경상도 사투리, 남다른 위트까지 조진웅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설경구와 함께 '환장의 케미스트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스포츠조선을 만난 조진웅은 '퍼펙트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일단 '퍼펙트맨'은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투자·제작을 맡은 쇼박스와도 연이 계속됐고 무엇보다 이런 캐릭터를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솔직히 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이 없었다. 그런데 영기 같은 캐릭터는 해보고 싶었다. 살아가면서 늘 자제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제약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 영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맡으면 비록 실제가 아닌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순수하고 올곧아 사는 방식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인물이 먼저 보이더라 인물이 상황을 끌고 가는 구조였다. 배우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캐럭터에 흠뻑 빠져 '퍼펙트맨'을 시작하게 됐다는 조진웅. 하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계속해서 흥을 끌어 올려야 하는 캐릭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 그는 "이번 작품은 내가 흥이 안 나면 연기하기 너무 괴로운 작품이었다. 그래서 늘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흥을 끌어 올려야만 했다. 기분을 업 시켜서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며 "설경구 형님과 케미를 맞추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설경구 형님과 나이 차이도 있고 내가 존경하는, 롤모델인 선배라서 처음에는 정말 어렵게 느껴졌는데 마냥 어렵게만 느끼면 촬영에 임할 수가 없더라. 이번 영화는 특히 그래선 안 됐다. 설경구 형님을 보자마자 생각할 것 없이 설경구 선배 겨드랑이로 파고들었다. 설경구 선배는 아시다시피 흔히 말해 잔망스러운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다. 무뚝뚝한 사람 중 하나인데 그래서 일부러 더 설경구 선배한테는 '사랑해요'라면서 뽀뽀하고 애교를 많이 부렸다. 실제로 어마어마하게 좋았다"고 애정을 전했다.
스스로 '설경구 덕후'라고 칭할 정도로 설경구의 오랜 팬이었다는 조진웅은 "설경구 형님과 작품을 하는데 다른 게 뭐가 필요하냐? 생각해보면 내가 참 복받은 세대다. 요즘은 TV를 틀면 영화 채널이 많지 않나? 하루 종일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이 감히 연기를 못할 수 없는 시대다. 어떻게 보면 설경구 형님과의 케미는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듯한 연기가 나왔다. 나 역시 배우이기 전 사람이니까 연기할 때 습성이나 습관이 나오는데 설경구 형님과 연기하면서 참 익숙했다고 느꼈다"며 "설경구는 스트레이트 한 직구의 묵직함이 가슴 그득히 있는 사람이다. 그게 장점이자 무기인 것 같다. 후배로서 이보다 더 좋은 귀감은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관리라면 관리, 연기면 연기, 그런 부분이 엄격한데 정말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그런 편인데 감히 나는 설경구 형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설경구 형님의 연기가 단조롭거나 다이나믹하지 않지 않다. 아주 좋은 롤모델이 됐다. 어떤 부분은 내가 설경구 형님을 본받기 엄두가 안 나는 부분도 있다"고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조진웅은 설경구와 아이컨택을 하지 않아도 정서적 교감을 이뤘다며 감탄했다. 조진웅은 "한 번은 설경구 형님을 업고 촬영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 다른 곳을 볼 줄 알았는데 마치 약속한 것처럼 둘 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더라. 다른 장면은 서로 대화를 하고 눈빛을 맞추며 교감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장면은 그냥 눈빛을 보지 않아도 교감이 됐다. 장수(설경구)의 눈물이 내게 뚝 떨어졌는데 그때 장수가 하고 싶은 말이 언어로 들린다기보다는 그런 감정들이 가슴 깊이 오기도 했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전달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정말 설경구 형님은 통뼈라 진짜 무겁더라. 그런데도 그런 부분이 안 느껴지더라"고 답했다..
영화 속 신파 설정에 대해서도 조진웅은 "어떻게 보면 '퍼펙트맨'은 아주 진부하고 신파 같은 이야기가 많다. 그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장면들이 더 많이 교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연기하는 나도 느꼈으니 관객도 뻔한 장면을 뻔하게 하나 진하게 느낄 것 같다. 전달하는 사람들의 소신이 '퍼펙트맨'에 담겨있다. 뻔하고 신파를 담은 작품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안 뻔하고 안 신파인 작품, 그리고 신파가 없는 삶이 어디 있나? 인간 사는데 다 그렇지 않나?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사는 것 같다. 그런 게 뻔한 이야기지만 전달자의 살아있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분명 관객에게 전달되는 지점은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조진웅은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며 "영화 제목이 '퍼펙트맨'인데 나는 전혀 '퍼펙트'에 못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다. 퍼펙트하지 못한 것 같고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항상 뭔가 아쉽다. 그게 아쉽지 않으려고 준비도 많이 하는데 막상 닥치고 지나버리면 마치 버스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내 작품에 자신 있게 '너무 재밌지 않냐?' '어떻게 보셨나?' '대단한 작품이다'고 스스로 자평해 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겸손을 보였다.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와 철없는 꼴통 건달이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조진웅, 허준호, 진선규, 김사랑, 지승현 등이 가세했고 용수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