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수원 출신' 문준호(26·화성 FC)다.
2016년 고승범 김건희 등과 함께 수원에 입단한 문준호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만 뛰고 리그 데뷔전을 끝내 치르지 못한 채 빅버드를 떠났다. 2017년 2부 FC 안양을 거쳐 현재 K3리그(4부) 소속 화성에서 활약한다. 3년 사이에 3단계 추락을 맛봤다. 그랬던 그가 18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9년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1차전에서 수원 보란 듯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24분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K리그 정상급 골키퍼인 노동건을 뚫었다. 팀이 남은 시간 이 골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문준호가 수훈갑이 됐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짜릿하다"고 결승골 소감을 밝혔다. 문준호는 "대진 추첨 당시 개인적으로 수원을 만나고 싶었다. 만남이 성사된 뒤에는 이를 갈았다. 준비를 잘해서 보여줄 건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수원에서 보여준 게 없다. 힘든 시기였다"고 지난날을 돌아본 문준호는 "이렇게 수원을 만나 복수 아닌 복수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솔직한 감정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문준호는 10월 2일 추억의 빅버드를 다시 찾는다. 이곳에서 열릴 준결승 2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거둘 경우, 화성 구단 최초로 FA컵 결승에 오른다. 그는 "빅버드에서 데뷔전 한 경기를 치렀다. 수원에 문준호란 선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2차전이 열릴 빅버드에서)멋진 골을 넣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화성이 기대 이상 선전한 이유에 대해선 "직접 경기를 뛰면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 선수들이 실수하는 걸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능곡중-백암고-용인대를 거쳐 프로에 입성한 문준호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커리어를 돌아보며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축구를 즐기고 싶다"며 무리해서 프로에 재도전하기 보단 즐기는 축구를 하며 기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화성 김학철 감독은 "몸담았던 수원과의 대결이었다. 그 자체로 다른 선수들보다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우리팀에 처음 왔을 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팀에 없어서 안 될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화성=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