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이상할 정도로 운이 안따르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공필성 감독 대행이 브룩스 레일리의 올 시즌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레일리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전까지 28경기서 단 5승(13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은 3.82였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42. 무엇보다 안정적인 선발 투수의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8차례나 기록했다. 이럼에도 5승에 그쳤다. 마운드에서 쾌투를 펼쳐도 방망이가 거짓말처럼 침묵하기 일쑤였다.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괜히 붙은게 아니었다. 공 대행은 "잘 던지는 날에는 이상하게 타선이 터지질 않는다. 어디가서 살풀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롯데 타선은 오랜만에 레일리를 웃게 했다. 1회초 2득점에 이어 2회초 1점을 더 보태 3-0의 리드를 선사했다. 레일리가 나선 28경기에서 경기당 득점 지원이 2.75였으니, 이날 롯데 타선의 조력은 '초과 달성'이라 부를 만했다.
그런데 레일리가 흔들렸다. 3-0 리드를 안고 출발한 2회말 2사 1, 2루에서 백용환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한 레일리는 3회말 박찬호,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데 이어 최형우, 이창진에게 다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3점차 리드를 허공에 날렸다.
이날 만큼은 롯데 타선이 레일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3-3 동점이 된 4회초 손아섭과 민병헌, 제이콥 윌슨이 2루타 3개를 터뜨리면서 다시 2점을 보탰다. 4회말엔 수비 도움도 보탰다. 레일리가 선두 타자 백용환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황윤호의 2루수 땅볼 타구를 깔끔하게 병살 처리하면서 흐름을 바꿨다. 비로소 안정을 찾은 레일리는 세 타자로 4회를 마무리한데 이어, 5회말과 6회말을 연속 삼자 범퇴 처리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레일리는 7회말 김건국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8회말 등판한 진명호, 고효준이 각각 실점하면서 결국 승리가 무산됐다. 이날도 레일리는 또다시 '불운의 사나이'로 남게 됐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