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군대를 먼저 이야기한 적 없다.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목사님, 아버님 권유로 마음을 바꿨다. 책임은 제게 있다."
'병역 기피 17년차'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43)가 파기환송 소송을 앞두고 새로운 '진심'을 밝혔다. 입국금지 청원 25만을 넘겼던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유승준이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 인터뷰를 통해 한국 입국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군입대 문제'에 대한 유승준의 해명 자체는 간단하다. '자원입대'는 본인의 뜻이 아니었고, 이후 입대하려던 것은 사실이며, 마음을 바꾼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17년 전, '군대 가겠다'는 말을 유승준과 기자 중 어느 쪽이 먼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수차례 미디어를 향해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겪는 일"이라며 '편법 없는 입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1년 8월 신체검사 결과 4급(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직후에도 웃는 얼굴로 "결정된 사항인 만큼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많은 특혜를 약속한 병무청의 신뢰도 서슴없이 버렸다. 일본 공연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병무청의 입국 금지는 그런 유승준의 배신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입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 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던 자신의 말까지 스스로 부정했다. "입대를 처음에 제 입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떠밀렸던 것 같다"는 사족부터 "(언론에)비치는 그런 비열한 사람 아니다", "목사님과 아버님 뒤에 숨지 않겠다. 책임은 제게 있다"는 3인칭 화법까지, 이날 인터뷰는 유승준의 오랜 팬들조차 실망시킬 내용들로 가득했다.
유승준의 팬들은 전성기가 지난 그의 모습이라도 보길 원했다. 그가 미국 시민권을 따던 2002년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병무청은 항상 유승준에게 열려 있었다. 현재 유승준의 처지는 팬들의 바람을 17년간 외면해온, 병역의 의무가 없는 스타의 변명일 뿐이다.
유승준은 "해병대 홍보대사는 한 적 없다. 2015년 사과방송 당시 욕설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스태프다. 세금 회피 목적도 없다" 등의 해명을 늘어놓았다. 왜 '만 38세(병역 의무 종결) 이후인가'라는 질문에는 "제 뿌리인 한국에 가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17년전 자신의 '뿌리'를 걷어찬 것은 다름아닌 유승준 자신이다.
유승준은 오는 20일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병역 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다"던 1, 2심의 판단을 뒤집고 원심 파기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기 환송심에서 승소하고, 이후 대법원이 정부 측 항고를 기각하고, 그에게 국가가 보장하는 재외동포(F-4) 비자가 주어져야 유승준은 한국 입국을 노크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으로 판정되더라도 여전히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청원자 25만명이 넘는 국민청원은 이에 대한 '국민정서법'의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재외동포 비자 발급 후에도 입국이 거부될 경우 추가 소송이 필요하다.
이날 유승준은 "경제적인 목적이 아니다. 영리 목적의 계획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한국 땅을 밟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냐"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이미 군입대 약속을 뒤집은 적이 있는 그다. 지키지 '못했던' 약속처럼, 유승준의 마음만 바뀌면 그만이다.
입국 금지 상태에서도 음원을 발매한 유승준이다. "컴백을 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면 어떨까. 최소한 '입대하려던 진심을 지키지 못했다'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변명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