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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반공 아닌 반전 영화"…'장사리' 평균 나이 17세, 772명의 소년들을 위하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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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앳된 얼굴로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서야 했던 평균 나의 17세의 소년들. 차마 꽃 피워 보지도 못하고 전장에서 피 흘려야 했던 그들을 이제는 기억할 때이다. 영화 '장사리'가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다.

평균 나이 17세, 훈련 기간 단 2주에 불과한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전투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 곽경택·김태훈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명민,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장지건, 이재욱 이호정, 곽경택 감독, 김태훈 감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 대표 스토리텔러 곽경택 감독과 비주얼리스트 김태훈 감독의 공동 연출한' 장사리'는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역사에 가려진 772명 학도병들의 기밀작전을 스크린에 옮겨 잊혀진 어린 영웅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영화적인 멋스러움과 화려함을 배제,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지 못한 학도병들의 전투 모습과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와이어에 의존한 폭파나 과장된 총격 장면 대신, 특정 전투에서 인상적인 롱테이크 방식을 선택해 전장의 참혹한 풍경을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하지만 캐릭터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인원이 출연하는 전쟁 영화이니 만큼 리더십과 판단력을 갖춘 존경받는 리더 이명준(김명민) 대위,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류태석(김인권) 일등상사, 학도병을 형처럼 보살피는 박찬년(곽시양) 중위, 우직한 학도병 분대장 최성필(최민호), 불 같은 성격의 최성필의 라이벌 기하륜(김성철) 등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감정도 특징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평면적이고 전형적으로 그려지는데 그친다. 감정의 변화나 움직임을 모두 배제한채 초반에 설정해 놓은 단 하나의 캐릭터 컨셉트만을 밀고 나가는 것. 이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캐릭터라이징 자체에 허점이 있는 걸로 보인다. 가장 여러 가지의 얼굴을 보여주는 김성철이 연기하는 기하륜 캐릭터만이 그나마 가장 돋보인다.

영화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장사리 해변 한가운데와 학도병들의 모든 참상을 기록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메기가 중심이 되는 미군기지 두 가지의 큰 이야기가 각각 움직이는데, 이 이야기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도 영화의 몰입을 떨어뜨린다. 단 한번의 전장의 목격이나 체험 없이 오로지 말로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외치는 메기의 설정은 공감을 일으키기 힘들다. 메기 역의 메간 폭스의 스케줄에 따라 타이트하게 촬영된 것을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 차라리 장사리 해변의 현장감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더욱 좋지 않았을지 아쉬움을 남긴다.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은 "반공 영화를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오히려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보면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우리 힘으로 독립을 못했고 우리 힘으로 내란이 일어난게 아니라 강대국의 이데올로기로 인한 전쟁이 6.25였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말씀해주신 그 정서, 우리 스스로가 과거의 불행을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로부터 뭔가 배우지 못하면 앞으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향의 방향도 그쪽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태훈 감독 역시 "영화 자체가 출발할 때부터 반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역사속에 가려져 있던 사건을 재조명하고 상기시켜서 잊지 않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쪽에 더욱 주안을 둬서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보통 2시간이 넘어가는 일반적인 전쟁영화와 달리 10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장사리'. 곽경택 감독은 "학도병들이 싸웠던 장사리 전투 자체가 스케일이나 규모가 큰 전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규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작지만 단단한 영화였으면 했다. 스케일은 중요하지도 않았다"며 "장사리 전투는 상륙과 퇴각 밖에 없는 전쟁이었다. 그 상황에서 관객분들에게 감정이입을 전해드려야 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머지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편집해 전쟁 영화치고는 짧은 104분의 런닝타임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실존 인물인 이명흠 대휘를 모티브로 한 이명준 대위를 연기한 김명민은 "사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건 굉장한 부담이다. 실존인물이지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이명흠 대위님을 만났을 때 정말 막막했다. 사진 조차 본적이 없는 인물인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입을 뗐따.

그러면서 "그저 상상해 낸 건 대본을 통해서 느낀 거다. 평균 나이 17세의 학도병을 데리고 전장에 나서는 리더의 책임감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정말 아무것들도 모르는 코흘리개 친구들을 데리고 전쟁에 나가는 리더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일 것이다. 이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살려서 돌아와야 겠다는 그 생각만 가지고 장사리에 상륙한 인물이다"라며 "사실 저는 극중에서 이명준이 죽길 바랐다. 그래야 학도병드에 대한 죗값을 치룬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명흠 대위님도 정말 같은 마음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책임이 아니지만 모두 본인이 떠맡았을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실제로 대위님이 학도병들에게 군번을 주기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고 하더라.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명이라도 더 살려서 데리고 가야지라는 마음, 그 마음만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학도병 기하륜 역의 김성철은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마음에 시기고 작품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에 임하면서 애국심을 위해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했다기 보다는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고통들로 통해서 연기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 같다. 뭔가 마음은 생존의 마음으로 임했다. 전쟁에서 살아남겠다는 마음으로 기하륜 연기에 임했다"고 작품에 임한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극중 최민호가 연기한 성필과 라이벌에서 친구로 거듭나게 되는 그는 "민호씨가 지금 군복무 중이라서 아쉽게 같이 자리 하지 못했다. 호흡은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도 투닥거렸다. 어찌보면 극중 성필과 하륜의 모습으로 있으려고 노력했다. 민호씨가 저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기 위해 더 그랬나 싶다. 괜히 놀리고 그랬다. 그래서 더 더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호씨가 잘 지낸다고 지금도 안부를 자주 전해준다. '장사리'를 통해 정말 진짜 전우를 얻은 것 같다. 함께 한 모든 배우들에게 전우애를 느끼지만 특히 민호에게 더 전우애를 느낀다"고 덧붙였다.극중 학도병이 아닌 이들을 이끄는 정규군을 연기한 김인권과 곽시양도 캐릭터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인권은 "'마이웨이'라는 전쟁 영화를 촬영했을 때는 군사 훈련을 굉장히 철저히 받았는데 이번영화는 그런 훈련 보다는 학도병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김명민 선배님과 곽시양 씨와 항상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조깅을 하면서 항상 생각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 감독님께서 밀리터리 전문가를 두고 조금이라도 고증이 다르면 바로 문제 지적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극중 유격대의 브레인 박찬년 중위 역의 곽시양은 군인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전쟁영화라고 딱히 군인 역을 위한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군대도 다녀왔고 군대에서 특급전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이 전쟁이 실제였다면 정말 쉽지 않았겠구나 싶더라. 30대인 나도 연기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17세의 어린 학도병들이 진짜 전쟁 상황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마음에 더 신경을 썼다"며 "하지만 감정에 크게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큰 형 같은 강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감정에 많이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이 공동 연출하고 김명민, 최민호, 김성철, 김인권, 곽시양, 메간 폭스, 조지 이즈 등이 출연한다. 9월 2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