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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200이닝 투수는 없다? 이닝이터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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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지난 17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을 투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전 계획한 이닝을 마친 양현종은 올시즌 더이상 등판하지 않는다. 29경기, 184⅔이닝 투구로 2019시즌을 마감했다.

양현종은 이날 현재 투구이닝 부문 1위다.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이 부문 1위를 지키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5년 연속 184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건 의미가 깊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서 자기 관리와 시즌 운영에 대해 최고의 실력을 유지해 온 증거이기 때문이다. 171⅓이닝을 투구한 2014년을 포함하면 6년 동안 별다른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200이닝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 시즌 첫 6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각각 2이닝, 4이닝, 4⅓이닝 밖에 못 던진 게 컸다. 최악의 시즌 출발이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양현종만한 이닝을 먹어주는, 즉 발군의 '이닝 이터'도 없다. 양현종은 2016년 200⅓이닝, 2017년 193⅓이닝을 던지며 절정의 이닝 소화능력을 자랑했다.

양현종이 시즌을 마친 가운데 투구이닝 1위는 누가 될까. 현재로선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 유력하다. 린드블럼은 183⅓이닝으로 이 부문 2위다. 일찌감치 20승 고지에 올라 정규시즌 MVP가 유력해 보였던 린드블럼은 최근 3경기서 11실점을 하는 바람에 평균자책점이 2.36으로 나빠져 이 부분 1위를 양현종(2.29)에게 내줬다.

린드블럼이 다시 MVP 모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평균자책점을 낮추고 압도적인 투구이닝을 쌓는 일이다. 남은 등판은 두 번이다. 200이닝은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195이닝 정도 기록한다면 양현종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투구이닝은 선발투수에게 가장 매력적인 기록이다.

투구이닝 3위는 178⅓이닝을 던진 한화 이글스 워윅 서폴드인데, 남은 두 번의 등판서 모두 완투를 하더라도 200이닝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0이닝 투수가 탄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닝 이터, 완투형 투수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다.

올해 완투를 한 번이라도 한 투수는 16명이다. 19번의 완투가 나왔다. 양현종과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 두산 유희관이 각각 2번씩 완투를 했다. 지난해에는 12명의 투수가 완투를 했고, 그 회수는 17번이었다. 지난해 투구이닝 1위는 199이닝을 기록한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이었다.

200이닝 투수는 2017년까지 꾸준히 나왔다. 2017년에는 KIA 헥터 노에시(201⅓), 2016년에는 헥터(206⅔)와 양현종(200½), SK 와이번스 켈리(200⅓) 등 3명이나 됐고, 2015년에도 롯데 자이언츠 린드블럼(210)과 NC 에릭 해커(204)가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팀당 128경기 체제였던 2013년에는 LG 트윈스 레다메스 리즈(202⅔)가 200이닝 투수였다. 2012년에는 현재 키움 히어로즈 투수코치인 브랜든 나이트가 208⅔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닝 이터가 감소하는 건 선발투수 관리 모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건강하게 버티려면 투구수와 이닝서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훨씬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이 승부를 가르는 경기가 많아지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