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 DC코믹스의 액션 스릴러 영화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가 눈 여겨 봐야 할 관람 포인트를 공개했다.
'조커'는 DC의 유명한 악당을 토대로 뻗어나간 독창적인 단독 이야기로 조커라는 캐릭터의 전통적 신화가 반영된 동시에 거기에서 분명히 벗어난 캐릭터 탄생 서사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영화에서 조커의 다층적 성격의 기원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공식화된 탄생 이야기가 없고 그 기원을 다룬 영화도 없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어떻게 그가 진화하고 퇴화했는지를 그렸다. 조커 이야기가 아니라, 조커가 되어 가는 이야기이다"고 말했다. 80년에 걸쳐 책이나 스크린에서 묘사되었던 고담시나 조커와 과연 어떻게 다른지 눈 여겨 봐야 한다.
필립스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의 강렬한 연기로 탄생한 아서 플렉을 고담시의 분열된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자로 그려냈다.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 아서 플렉을 서서히 벼랑으로 몰고 가는 불안정한 환경을 다루는 이야기에 대해 "어렸을 때 보았던 캐릭터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러한 이야기의 외양, 분위기, 어조가 이 이야기와 어울렸다"고 밝혔다. 감독이 말하는 시대는 '형사 서피코'(73, 시드니 루멧 감독) '택시 드라이버'(76, 마틴 스콜세지 감독) '네트워크'(76, 시드니 루멧 감독)와 같은 명작이 나왔던 1970년대와 80년대이다. 이에 고담시를 1981년으로 설정하고 요즘 여러 영화로 친숙해진 만화 속 세상에서 벗어난 그 시대로 돌아갔다고 전해, 이들 손꼽히는 명작들과의 연관성과 재현한 시대상을 주목할만하다.
또한 토드 필립스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를 마음에 두고 캐릭터를 구축했다. "호아킨의 연기 방식과 예측 불가능성이 조커 캐릭터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계산을 하는 동안 호아킨은 재즈를 연주한다. 그의 연기는 용감하면서도 연약하다. 최고의 배우이면서 겁이 없는 호아킨을 캐스팅한다면 특별한 영화가 탄생하리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출연의 이유에 대해 "이제껏 본적 없는 대담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속하는 그 어떤 영화와도 달랐고, 지금껏 봤던 드라마 장르와도 달랐다. 아주 다양한 톤과 풍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인물은 인물의 동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조커만은 이에 해방되어 어느 방향이든 연기를 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며 관객들의 선입견을 흔들 조커의 탄생을 예고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 역시 '조커'의 관전 포인트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웃음과 기쁨을 주라면서 달아준 해피라는 이름에 맞춰 '하하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광대로 일하지만 어디로 가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멈추어 서곤 한다. 아서의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물리적이고도 비유적인 계단은 아서가 걸어 오르는 계단부터 광대 분장을 하기 위해 심적으로 올라야 하는 계단까지 포함된다. 두 계단은 영화 속 서사를 거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변해 가는 아서가 올라야 하는 여러 계단을 상징한다. 영화에서 아서는 사회복지사의 조언을 듣고 그림, 산문, 상상이 담긴 일기를 쓰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스스로 일기장을 여러 장 채웠다. '계단 또 계단 또 계단'을 줄마다 반복해서 쓴 일기장 페이지를 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 아서가 계단을 올라가며 기운이 빠져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 "아서의 신발은 무겁다"며 아서가 무거운 신발을 신고 세상의 무게를 몸에 지고 다닌다고 말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아서는 몹시 달라진 모습에 완전히 다른 짐을 지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호아킨은 그 부분에서 너무도 꼼꼼해서 아서에서 조커로 변하는 순간이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고, 모두 계산된 속도로 표현되었다"고 전했다. 무거운 신발을 신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과 같은 신발로 가볍게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조커'는 여느 촬영장과 달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원하는 대로 연기를 펼쳐지게 놔두는 것이 촬영 지침이었다. 영화에서 조커의 심적 변화에 중요한 부분인 화장실 장면 역시 카메라 리허설도 하지 않고 그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았고, 호아킨 피닉스의 강렬한 연기는 촬영팀에게 전율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의 다른 모습이 발현되는 것을 보여줄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춤 동작을 연구했다고 하자 감독님이 첼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동작이 있으면 어때요?'라고 하면 감독님이 '그럼 난 당신 발부터 시작할게요. 발부터 시작하고 그렇게 움직여요'라고 말했다. 그 장면은 아서의 전환점이기도 하고 나와 감독님의 협업의 전환점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전에 전혀 계획에 없이 그 순간에 탄생한 아서가 아파트에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명장면도 만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아서는 여러 공연에서 다양한 광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조커의 최종 얼굴은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아서의 평소 분장을 과장해서 만들었고, 분장팀이 아서의 광대 캐릭터에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빨강과 초록을 활용해 완성했다. 여기에 다양한 색소를 활용해 아서의 눈물을 만들고 바랜 파란색을 덧칠했다. 조커의 탄생 서사에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장의 역할이 어떻게 등장할지 기대를 자아낸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을 그린 영화로 원작인 코믹북 기반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호아킨 피닉스, 재지 비츠, 로버트 드 니로, 프란시스 콘로이, 브래트 컬렌 등이 가세했고 '행오버' 시리즈를 이끈 토드 필립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0월 2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