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누비는 무대, 팀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간절함의 크기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원 삼성(K리그1) 상주 상무(K리그1, 군인팀) 대전 코레일(내셔널리그) 화성 FC(K3리그) 모두 우승만을 바라보고 4강전에 돌입한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9년 KEB하나은행 FA컵 4강 미디어데이에서 네 팀 감독과 대표 선수 모두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1강'으로 여겨지는 수원에 있어 우승은 곧 자존심이다. 한때 '레알 수원'으로 불리며 리그 우승에 도전하던 수원은 현재 아슬아슬한 6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FA컵 우승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고, 내년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낼 절호의 기회다. 수원 이임생 감독은 "내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눈 앞의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팬들에게 기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 염기훈은 "리그 성적으로 질타를 많이 받았다"며 "우리가 더 도전적으로, 간절하게 뛰어야 한다"고 의지를 다잡았다. 수원은 오후 7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화성 FC와 4강 1차전을 치르고, 2일 수원으로 장소를 옮겨 2차전을 갖는다.
상주 상무는 사상 처음으로 FA컵 트로피를 사냥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한다. 그렇다고 우승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윙백 김경중은 "구단 특성상 FA컵에서 우승하더라도 ACL에 나가지 못한다. 솔직히 상주는 리그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FA컵 4강은 아무나 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리고 밖에서 보는 것보다 군 생활이 힘들다.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꼭 우승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태완 감독이 '우승을 하지 못하면 내년 1월 전역자(김경중 포함)들도 동계훈련에 데려가겠다'고 동기부여를 했었다. 상주는 주축 선수인 윤빛가람과 김민우 등이 전역해 전력이 약화한 상황인 데다 주말 수원과 리그 6위 싸움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김태완 감독은 "대전 코레일과의 1차전에도 베스트 멤버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코레일은 올 시즌 '프로팀 킬러' 명성을 얻었다. 32강부터 프로팀인 울산 현대, 서울 이랜드, 강원 FC를 차례로 꺾었다. 18일 홈구장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 승리로 또 다른 프로팀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각오. 김승희 감독은 "우릴 보고 '단기전의 강자'라고 하는데 장기전도 약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워낙 잘하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준결승 진출 비결이라면 단합과 준비다. 내일 일을 알 수 없지만, 늘 하던대로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프로 생활을 전북 현대에서 했던 공격수 조석재는 "(옆에 앉은)김경중이 우승이 목표라고 했는데, 우리에게 패한 울산도 우승을 목표로 했다가 크게 혼났다.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또 한 번의 '자이언트 킬링'을 예고했다.
이번 준결승 진출팀 중 리그 레벨이 가장 낮은 화성 FC의 대표 선수로는 K리그 득점왕 출신 유병수가 참석했다. 국가대표 경력까지 지닌 유병수는 8강 경남 FC전에서 결정적인 득점포로 K3리그 사상 첫 FA컵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경남과 경기를 할 때 재미있었다. 4강전 대진추첨 때에도 수원과 만나고 싶었다. 수원은 모든 선수가 가고 싶어하는 팀이다. 훌륭하고 좋은 클럽이다. 감히 그런 수원을 어찌 이기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만, 절대 쉽게 (결승에)올라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김학철 감독은 "FA컵 우승 상금이 3억이다. 우리 선수들 연봉과 비슷하다. (우승을 통해)선수들이 넉넉하게 돈을 챙겨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FA컵은 올해부터 4강전부터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4강전 승리팀 두 팀이 11월 6일과 10일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4강전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시행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