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유흥업계의 에이스가 뭉쳐 나쁜 놈들을 잡는, 범죄 오락 액션의 새로운 뉴페이스. '양자물리학'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에게 시원한 한방을 먹이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 '양자물리학'(이성태 감독, ㈜엠씨엠씨 제작).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 김응수, 이창훈, 이성태 감독 참석했다.
유명 연예인과 검찰·정치계의 마약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양자물리학'은 승리의 버닝썬 사건 등 최근 클럽 등 유흥가를 중심으로 한 마약 투약 및 유통사건 등이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오면서 덩달아 관객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 매일같이 터지는 있는 자들의 범법 뉴스에 사회 모습에 씁쓸한 뒷말을 느끼던 현실과는 달리 영화는 권력에 희생되는 약자의 모습이 아닌 그들을 전복시키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또한 늘 권력의 희생양으로 치부되던 개인이 중심이 돼 벌이는 짜릿한 한판 승부를 통해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범죄의 온상으로 알려진 유흥업계와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힘을 모아 악을 처단한다는 스토리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가 강조했던 캐릭터들의 팀플레이는 영화가 진행될 수록 힘을 잃어간다. 영화 초반 각각 두드러지는 개성을 보여줬던 캐릭터들은 박해수가 연기하는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 역의 박해수와 태세전환 조폭 정갑택 역의 김응수를 제외하고는 극이 진행될 수록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존재감 또한 서서히 잃어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영화의 유일한 홍일점인 서예지가 연기한 황금인맥 업계 퀸 서은영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초반까지도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점점 희미해 지며 있으나 없으나한 캐릭터로 전락한다. 하지만 정갑택 역의 김응수는 '타짜'의 곽철용을 뛰어넘을 만큼의 개성과 존재감을 보여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케 했다.
이날 메가폰을 잡은 이성태 감독은 '양자물리학'에 대해 "캐릭터 무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감 있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우군과 적으로 명쾌히 갈리지 않고 상황과 국면의 전환에 따라서 적이 됐다가 친구가 되는 관계성을 표현하는데 노력을 했다. 그게 일반적인 범죄 장르물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영화의 주연으로 나선 박해수는 "많이 떨렸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작품을 보니 더 많이 떨린다.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해서 기대가 되고 떨린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속 엄청난 대사량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시나리오 두께가 엄청났다. 그렇지만 속도감 있게 읽혀서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외우는 것 보다는 항상 체화된 상태로 내뱉어야 해서 그렇게 체화하는 부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프리 기간 동안 리딩을 정말 많이 해서 이미 대본을 다 외운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 힘들기 보다는 재미있었던 기억이 크다.
서예지는 캐릭터 준비 과정을 설명하며 "극중 서은영 캐릭터를 위해 노력했던 부분은 외관적인 모습이었다.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모든 게 명품화 되었어야 했다. 그래서 의상에 중점을 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제가 몸이 너무 마르다보니까 옷을 제 사이즈에 맞춰 모두 수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수서하는 분이 '이건 아이가 입냐'는 말까지 하셨다. 악세사리도 의상에 맞춰서 윗사람들에 맞게 예의를 갖춰서 입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며 "가방 하나라를 들어도 어울려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이 찾아봤다. 아나운서 같이 예의바른 옷이 뭐가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화면을 보니 캐릭터에 걸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렴한 경찰 박기헌 역의 김상호 역시 "전작 '목격자'에서도 형사 역할이었다. '목격자' 속 형사 재억과 비교해보자면 재억은 속이 바위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양자물리학' 속 박기헌은 바위보다는 좀더 빠르게 문제점을 돌파하고 싶었다. 좀더 날카로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극중 정갑택 역의 김응수와 대립각을 세우는 양윤식 검사역의 이창훈은 대선배인 김응수를 함부로 대하는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제가 선배님을 굉장히 함부로 대했어야 하는데, 당일 날 선배님이 다치셨다더라. 안그래도 걱정이 큰데 선배님이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한테 엄청 징징댔다"며 "그런데 선배님이 현장에 오셔서 저를 너무 도와주셨다. 저 세게 해라 더욱 강하게 해라라고 말해주셔서 제가 너무 감동을 받아서 울었다. 감독님도 눈물을 글썽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응수는 힘들었던 촬영에 대해 언급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갑택이 시가를 피는데, 저는 비흡연자라 시가를 피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을 들이마시는데, 입안이 바늘 3억개가 쑤시는 것처럼 따갑고 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가를 너무 피워서 제 수명의 3개월은 단축된 것 같다. 그래서 이성태 감독에게 소송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두 남자'(2016)를 연출한 이성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 김응수, 변희봉 등이 출연한다. 9월 19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