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180이닝.'
KIA 타이거즈의 '슈퍼 에이스' 양현종(31)이 최근 서재응 투수 코치와 면담에서 설정한 목표치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1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현종이가 최근 서 코치와 얘기하면서 올 시즌 180이닝까지만 던지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고 하더라. 올 시즌 많이 던졌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선수보호를 위해 현종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10일 현재 27경기에 선발등판, 170⅔이닝을 던져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171⅓이닝)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양현종은 수치상 경기당 평균 6.32이닝을 소화했다. 최소 이닝은 지난 4월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소화한 4⅓이닝. 그러나 5월 중순부터 부활하며 7이닝 9회, 8이닝 3회, 9이닝 1회 등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양현종은 팀 내 제 1선발 투수로서 강력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최대한 불펜투수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자신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막아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4월 17일 부산 롯데전에서 팔에 타구를 맞은 뒤 한 차례 쉬자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에도 로테이션을 사흘 밖에 미루지 않으면서 마운드에 서기도 했다.
'혹사 논란'도 정면돌파했다. 시즌 초반 데뷔 후 가장 깊은 부진에 빠지자 "너무 많이 던져서 그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양현종은 2014부터 2018년까지 총 900⅓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투구 이닝에서 독보적인 1위다. 같은 기간 7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는 양현종 외에 5명뿐이다. 2위 유희관(두산 베어스·847이닝)의 투구 이닝과도 간극이 꽤 컸다. 무엇보다 양현종은 매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투구 이닝은 선수 생활을 마치는 그날까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양현종에게 투구 이닝은 '훈장'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양현종은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00이닝 투구에 ⅓이닝만 남겨놓고 있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13시즌 동안 1799⅓이닝을 소화중이다. 1800이닝은 역대 KBO리그 15명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양현종은 11일 롯데전을 통해 동갑내기 라이벌 김광현(SK 와이번스)을 제치고 1800이닝 투구의 벽을 먼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이 180이닝을 올 시즌 최대치로 정한 건 '프리미어 12'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도 양현종과 김광현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 역시 경계대상 1순위로 양현종을 꼽았다. 시즌이 끝난 뒤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지만 양현종은 국제대회가 있던 해에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자기관리에 신경 썼다. 이번 프리미어12는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함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호주, 캐나다, 쿠바 중 한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양현종의 관리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