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한번 해보려구요."
찬 바람이 분다. 모든 사령탑이 긴장할 때다.
하위팀은 변화의 조짐을, 상위팀은 결전이 임박했음을 몸으로 느낄 만한 시점.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포스트시즌 2년째 경험을 앞두고 있다. 사실 따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눈 앞 2위 싸움이 한참 불 붙어 있기 때문이다.
키움은 두산 베어스와 승차 없는 3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부터 그야말로 살얼음판 승부다. 몇번째 스테이지에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일 뿐 장 감독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적이다.
가을잔치를 두번째 경험하는 3년차 사령탑. 그는 과연 어떤 마음일까.
모든 지나간 일에는 추억이 있다. 그리고 후회가 있다. 장정석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 감독의 후회는 무엇일까. 고른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정석 감독은 "나도 처음이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했다. 1타자라도 1타석이라도 경험을 해본 것과 해보지 못한 건 많이 다른데…"라고 말했다.
큰 경기를 경험한 선수의 성장 폭은 그렇지 못한 선수와 비교할 때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팀의 가장 큰 목표인 '대업'을 앞두고 개인 하나하나를 배려할 수는 없다.
최정예 멤버가 나서야 하는 큰 전투다. 장 감독의 이야기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장 감독은 "특히 투수쪽 자원을 많이 기용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며 "정신 없이 10게임을 치르고 나니 투수들이 고갈돼 쓸 선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과연 이번 포스트시즌은 어떨까. 장정석 감독은 "이번엔 한번 해보려고요"라며 웃었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다. 총력전으로 맞붙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은 매 경기 1~2점 차로 명암이 갈리는 살얼음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마운드에 올렸는데 (긴장해서) 정작 자기 공을 못 던질 수도 있겠죠. 그게 또 단기전인 거니까…"
덜컥거려도 수레는 계속 앞으로 굴러가야 한다. 그게 또 하나의 역사고, 발전적 미래다. 장 감독은 2019년 포스트시즌을 넘어 키움 히어로즈의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