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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 "꽃으로도 때리면 안되는 시대...반성하고 변화하겠다"[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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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신문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꽃으로도 때리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부회장)이 1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인철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사임 과정과 이후 선임 일정을 소상히 밝혔다.

지난달 말 여자축구 A대표팀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최인철 인천 현대제철 감독은 9일 오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공식 기자회견 하룻만에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 '인천 현대제철 감독, 대표팀 감독 재임기간 선수들을 폭행하고, 폭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가대표 핵심전력인 A선수가 언론을 통해 증언에 나섰고, 결국 의혹이 불거진지 닷새만인 9일 최 감독은 전격 사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여자축구 감독 선임과정의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며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최 감독을 선임하게 된 배경을 전하고, 향후 새 감독 선임 계획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 감독이 인터뷰 과정에서 먼저 해당 선수와의 일을 털어놨고 좋은 관계를 회복했다고 말씀하셨다. WK리그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선수들의 감독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더 깊이 짚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사과했다.

달라진 세상에서 스포츠 인권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달라졌음을 강조하면서 지도자들의 변화도 촉구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 지도자들이 때로는 무지하고 어리고 때로는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부분이 달라졌다. 지난 5~10년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 인권을 요구한다"고 했다.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지도자들이 맞추지 못한다. 저도 그렇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계몽하고 개선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려워진다. 어떤 지도자를 뽑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꽃으로도 때리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더 성숙하고 더 많이 생각할 것같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을 때 지적하고 변화하고 바꿔나가야 한다"며 혁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래는 김판곤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전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최 감독이 처음에는 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다 결국 사과하고 사퇴하셨는데.

▶심리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느끼는 것과 상대가 느끼는 것에 대한 공감 부분 같은 심리가 있었을 것이다. 심리는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반성하고 계신다.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사과를 통해 상처받은 선수들이 위로됐으면 좋겠다고 표현하셨다. 한사람의 지도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표팀 감독까지 올라올 때까지 과정이 쉬웠겠나.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될 것같다.

-도덕성 검증 잣대가 높아질 텐데 어떻게 앞으로 검증하실 건가.

▶그 부분이 쉽지 않다.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할 때도 후보들마다 하나씩 루머가 있었다. 상벌위원회에 실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경찰에 가서 범죄 사실 증명서를 떼오는 것은 불법으로 안다. 결국 감독의 진술이 중요하고 주변에 물어보는 정도다. 어떻게 해소해야할지 더 고민하겠다. 제언해주시면 보완하겠다. 우리 감독선임 프로세스도 쉬운 과정은 아니다. 감독들이 인터뷰, 자료 준비를 힘들어하고, 외국인 지도자들은 내 커리어 보면 다 아는데 뭘 물어보냐는 사람도 있다. 역량에 초점을 맞춘다. 철학까지 갖춘 분을 찾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 감독 비디오 분석, 경기 직관 등 신경을 많이 썼다. 최인철 감독의 경우 한해도 쉬지 않고 경력이 이어진 부분도 선임 과정에서 조금은 빈틈을 가지게 된 근거가 됐다.

-선임 전 최 감독의 폭행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현장 선수들의 최 감독에 대한 평가, 피드백이 좋았다. 선수들을 포지션별 랜덤으로 불렀고, 우연히 만난 선수들의 인터뷰도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더 깊이 짚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결론적으로는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협회 대표팀 매니저나 여성 지도자들을 통해 좀더 깊이 조사하는 부분을 보완해야할 것같다.

-인터뷰때 최인철 감독이 인정한 피해 선수 면담 해봤는지.

▶감독께서 만났다면 좋았을 것같다. 이적 과정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하셨고 관계 회복이 됐다고 판단했다. 선수 상황상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꼭 확인해야 하는 생각은 안들었다. 그 케이스를 직접 말씀하셨다. 지도자로서 성숙한 과정, 계기라고 말씀하셔서 반성하고 개과천선한 케이스로 받아들였다. 감독은 화해했다고 하지만 선수 본인은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2011년 대표팀 내 폭행 사례는 보고 체계에 남아 있지 않았나.

▶최 감독이 말씀하신 것은 대표팀 사례 아니다. 소속팀 사례다. 대표팀은 2011년이었다. 2011년 일은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감독 선임을 하면서 현재 역량와 미래를 가장 많이 봤다. 특히 현장 선수들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WK리그 여자축구연맹의 조언은 없었는지.

▶논란 불거진 이후에는 사실 관계 확인하고 있다.

-2011년 대표팀 내 폭행이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조사 진행할 것인지.

▶사실 관계는 확인했는데 당사자들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인철 감독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번 일이 시사하는 메시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우리 지도자들이 때로는 무지하고 어리고 때로는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부분이 달라졌다. 지난 5~10년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 인권을 요구한다.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지도자들이 맞추지 못한다. 저도 그렇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계몽하고 개선하고 반성해야 한다. 나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려워진다. 어떤 지도자를 뽑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꽃으로도 때리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더 성숙하고 더 많이 생각할 것같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을 때 지적하고 변화하고 바꿔나가야 하다.

-남녀 감독 선임위원회의 구성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좋은 지적이다. 여자축구 전문가의 선임소위원회 합류를 모색하겠다.

-여자축구 국내 감독 풀이 너무 적다.

▶그렇다. 몇 명 되지 않는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이번에 감독을 선임하면서 여자축구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중에 선택하고자 했다. 여자축구에 오랫동안 헌신하고 열심히 하면 나도 대표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여자축구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100% 완벽한 것은 없었다. 여자축구 감독, 여성 지도자들에게 용기를 주려던 부분이 이렇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용기를 잃은 것도 사실이다. 아예 남자축구까지 풀을 넓혀버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자축구 어려운 환경가운데서 종사하는 분들께 위로를 주고 싶었던 부분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최인철 감독 주장제기된 것만 여러가지다. 공정위 개최 여부는?

▶사실 관계 나오고 있다. 그 상황에 맞게 잘 처리하겠다.

-10월 A매치 앞두고 차기 감독을 뽑아야 한다. 페드로스 감독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 감독 후보 4명 중 면담한 감독 2명 중 한명이다. 13명 감독 7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프랑스로 가서 만났고, 그때 만난 것을 이번에 인터뷰한 것같다.

-새 감독 선임시 기존 풀을 유지할 것인지. 남자축구 감독 풀로까지 넓힐 것인지.

▶원래 프로세스 대로 갈것이다. 2번 우선협상 대상자와 접촉할 것이다. 3명의 우선협상자를 올렸고 1번이 최인철 감독이었다. 2번과 협상하겠다. 남성, 국내감독이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협상이라는 것이 잘되면 큰 문제 없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3번 협상자도 있다. 다 안될 경우 풀을 확 넓혀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

-최 감독 선임, 사퇴과정에서 흔들린 여자축구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다.

▶프랑스월드컵 가서 경기후 라커룸 갈 때만 해도 늘 우리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남자대표팀과 비교해서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 WK리그 현장이나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그렇게 성장해서 대표팀까지 온 선수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월드컵 두번째 경기때 합류해서 경기력 좋지않고 졌음에도 "내가 여러분에게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국민들 위해 뛰어줘서 고맙다"고 말했었다. 이후 월드컵 마치고 주요선수들, 고참들 면담을 통해 스스로 '정말 많이 풀렸다' '끈끈함이 없어졌다' '서로 불만이 생긴다' '희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게임 안뛰면 포기하고 경쟁도 안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상했다. WK리그에서 만난 여자선수들에게 정말 얼마나 큰 책임을 갖고, 얼마나 더 노력해주고 싸워야 하는지 말했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올림픽예선 앞두고 이런 부분들을 털어내고 더 좋은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일까지 터져서 사실 걱정이 많다. 더 잘 융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유증 염려스럽지만 이런 환경 가운데서 빠르게 잘 추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한번 권한이나 책임에 대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한 부분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 개선하고 잘 수정해서 팬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