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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신파' 만드냐며 놀림 받아"…이계벽 감독, '힘내리'에 쏟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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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서 '신파 만들 거야?'라고 놀리더라고요. 하하."

아이 같은 아빠와 어른 같은 딸이 만나 펼치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다룬 휴먼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용필름 제작)를 연출한 이계벽(48) 감독. 그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이 낯설지만 어색한 초보 부녀로 만나 예기치 못한 여정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솟아나는 핏줄 케미를 유쾌하게 그려낸 감동 힐링 무비다.

특히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2016년 10월 개봉, 운명이 뒤바뀐 남자의 반전 코미디를 그린 '럭키'로 무려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코미디 장르 열풍을 이끈 이계벽 감독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를 이끈 차승원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추석엔 코미디' 흥행 공식을 이어가며 극장가 다시 한번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럭키' 이후 차기작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선택한 이계벽 감독. 그는 연출 과정에 대해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시나리오을 읽다 보니 대구 지하철 사건이 보였고 처음에는 왜 이런 이야기가 들어가야 했나 싶었는데, 나중에 자료 조사를 하면서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18 안전문화재단이라는 대구 지하철 사건의 피해자들이 만든 재단이 있다. 그곳에 가서 피해자들의 말을 들었을 때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분들께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감사하다'라는 대답을 받았다. 그분들은 이 사건이 잊히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하더라.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일단은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정말 마음이 아팠던 대목 중 하나가 피해자들이 당시 단편적인 상황이나 분위기를 이야기해주다가도 실제적으로 구조를 하거나 구조를 당한 그 순간의 묘사를 말하지 않더라.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지점이 되게 놀랐다. 결과적으로 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피해자 캐릭터를 기존의 모습과 많이 바꾸고 대구 지하철 사건을 잠깐 스치는 정도로 녹여내는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녹이는 설정으로 바꾸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물론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자체에 대해 부담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늘 부담감은 따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가 가슴 아프고 부담스럽다고 사건을 회피해서 얼렁뚱땅 스케치처럼 사건을 다루면 오히려 그분들께 많이 미안할 것 같았다. 그분들께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 사건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고. 그런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진정성을 담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럭키'에는 유해진이 있었다면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는 '원조 코믹 장인' 차승원이 이계벽 감독과 뜻을 맞췄다. 이계벽 감독은 "차승원 형님같이 경험이 많은 배우는 누가 작품을 설득한다고 출연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작품을 보고 진정성과 공감을 하면 출연을 결심한다. 차승원 형님께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시나리오를 건넨 뒤 어떻게 봐주지 정말 떨렸고 걱정했다. 고민이 정말 많았을 때였는데 선뜻 '출연하겠다'라는 전화가 왔다. 너무 감사했다. 차승원 형님은 내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출연을 제안할 당시 코미디를 굉장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한테는 그 시기를 만날 수 있어 굉장히 행운이었다. 특히 차승원 형님은 계속해서 여러 장르, 작품을 통해 경험을 많이 쌓은 상태에서 반가운 코미디를 만난 것인데, 감독으로는 굉장히 노련한 배우로 느껴져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차승원 형님은 딸 샛별이의 무균실 장면을 촬영하기 전 내게 '이 장면이 내겐 너무 슬프더라'고 울컥해 하더라. 영화 속에서는 후반부 이야기지만 촬영을 할 때는 초반에 찍은 장면이었다. 그때 차승원 형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 형님은 100% 철수 캐릭터에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완벽하게 이해했구나' 싶었다. 캐릭터가 된 시점이었다. 캐릭터를 완벽히 흡수한 차승원 형님은 이후 이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이야기가 잘 통하고 밀착됐다"며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계벽 감독은 "처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너 신파 하는 거야?'라고 놀리더라.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으니 나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신파는 절대 하지 말자'라는 조심함이 생기더라.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 신파가 들어갔는지에 대해 검열을 하고 있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의도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이미 나한테 있는데 너무 신파라는 지점에 연연해서 검열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런 내 방향은 차승원 형님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차승원 형님의 연기 자체도 담백하고 자연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흔히 부녀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속에서 보일 수 있는 설정이 우리 영화에는 없다. 예를 들어 철수가 샛별이를 안아주는 장면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떤 감정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장면도 없다. 그런 면에서는 이야기적으로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분이 신파라고 안 느끼시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럭키'의 흥행 이후 차기작인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흥행 부담도 털어놨다. 이계벽 감독은 "전작의 흥행이나 기록은 솔직히 말해 별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흥행을 욕심내서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다만 지금은 한가지 부담이 생겼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많은 분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잊지 않길 바람에서 만들었는데 이 영화가 너무 외면을 받으면 '그분들께 또다시 상처를 드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은 있다. 주변에 소외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일종의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던 이유도 '용기 내셔라' '위로받으시라' 등의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이계벽 감독은 '럭키'의 시리즈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확실히 '럭키'는 코미디 장르의 포문을 연 것 같다. '럭키'를 만든 감독으로서, 또 관객의 사랑을 받은 흥행작으로써 '럭키2' 를 만들고 싶고 또 실제로 구상하는 몇몇 장면도 있다. 유해진 형님도 '럭키'에 대해 워낙 애정이 많은데, 다만 우려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관객들에게 '럭키'에 대한 인상이 좋은데 우리의 욕심으로 '럭키2'를 만들었다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욕만 먹게 되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속편은 일단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관객에게 '럭키2'라고 이야기했을 때 더 놀라운 이야기로 다가가고 싶은 욕심은 있어 계획은 해볼 생각이다. 지금 당장 후속편을 만들겠다 확답할 수 없지만 3~4년 정도 지나면 제작 여부가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류한비, 조한철, 성지루 등이 가세했고 '럭키' '야수와 미녀'의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용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