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이 고등학교 축구 승부조작 의심 지도자에게 영구 제명에서 한단계 아래인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은 9일 상벌위원회 재심을 개최, 해당 지도자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해당 학교에게 1년간 연맹 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당초 내렸던 지도자 영구 정지 징계 및 3년간 연맹 대회 출전 금지 처분에서 한단계 낮아진 결과다.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은 최종 상벌 결과를 대한축구협회(KFA)에 보고할 예정이다.
고등학교 축구에서 승부조작 정황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스포츠조선 8월16일 단독 보도> A학교는 이날 경남 합천에서 열린 제55회 추계고등연맹전 5일차 경기에서 B학교에 4대3, 대역전승을 거뒀다. 1승1패였던 A학교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최종전에서 강호 B학교를 잡으며 조 2위로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석연찮은 플레이가 이어졌다. 일찌감치 2연승으로 32강 진출을 확정지은 B학교는 저학년 선수 위주로 선발명단을 꾸렸다. 3-0으로 앞선 B학교는 후반 들어 나사가 풀린 듯한 플레이로 골을 내줬다. B학교의 소극적인 수비와 어이없는 실수가 반복되는 사이, A학교는 20분 동안 4골을 연이어 넣으며 4대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를 지켜봤던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이어지며 경기장이 술렁거렸다"고 제보했다. 특히 A학교에 밀려 조 3위로 내려선 C학교의 반발이 거셌다. 게다가 이 경기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댓글창에는 A학교와 B학교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A학교와 B학교 감독은 같은 대학 8년 선후배로 알려졌다.
지도자와 학부형들이 집단 항의에 나섰다. 사태가 커지자, 연맹은 16일 긴급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영상과 감독관 보고서를 본 후 회의를 진행했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몰수패는 물론, 해당 학교 3년간 연맹 대회 출전 금지 및 지도자 영구 정지 징계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해당 학교는 곧바로 제소했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40일 이내에 재심을 할 수 있고, 이날 상벌위원회 재심이 열렸다.
연맹은 9일 재심에서 변호사 입회 하에 해당 학교에게 소명의 기회를 줬다. 상벌위원회는 승부조작 정황이 의심된다는 점에서는 공감했지만, 해당 학교 선수들의 미래를 감안해 징계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이제 열쇠는 '상급기관' KFA가 쥐고 있다. 연맹의 보고를 받은 협회는 곧바로 실사단을 파견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KFA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4일 제9차 공정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경기에 나선 A,B팀 지도자에게 출전정지 4경기 징계를 내렸다. 또한 해당 경기의 모든 기록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긴급 제재는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KFA 공정소위가 팀, 선수, 임원, 관중 등에 대해 취하는 즉각 조치를 말한다. KFA는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해당 지도자들이 9월부터 재개되는 고등리그에서 벤치에 착석해 지도하게 될 가능성을 이유로 긴급 제재를 통해 선제 조치를 취했다.
연맹의 최종 재심 결과가 나옴에 따라 KFA는 조만간 공정위원회를 열어 최종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