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수들에게 고맙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이성렬 감독은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어디로 훌쩍 떠나서 쉬고싶다"며 웃었다. 준비 기간 그리고 대회 기간 내내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의 고충이 묻어났다. 하지만 동시에 어느때보다 밝은 미소도 보였다. 이성열 감독이 이끈 18세 이하 야구 대표팀은 8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WBSC 'U-18 야구월드컵' 호주와의 3~4위 결정전에서 9회초 터진 이주형의 재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앞세워 6대5로 이겼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이 대회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물론 대표팀이 가장 원했던 결과는 아니다. 2008년 에드먼톤 대회 이후 11년만의 우승을 노렸던 대표팀은 7일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을 상대해 5대8로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호주전이 끝나고 만난 이성렬 감독은 "아쉬움이 더 남는다. 어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오늘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말하지 못했지만 부상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잘 참고 견뎌줬다"고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오늘 아침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메달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까지 한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꼭 이기자고. 모두 열심히 해준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이성렬 감독은 또 "마지막에 이주형이 정말 중요한 홈런을 해내줘서 너무 고맙다. 정말 잘했다. 1회 타석에서 공을 머리에 맞아 많이 놀랬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면서 "응원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승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의욕적으로 덤벼야 한다.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걸로는 소용이 없다. 본인들이 의욕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성렬 감독은 "어제 미국전 패배로 선수들이 많이 실망해서 오늘도 분위기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감독이 꼽은 이번 대회 MVP는 김지찬이다. 이성렬 감독은 "지찬이는 중학교때부터 지켜봤는데 너무 잘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야구의 절반을 지찬이 혼자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더이상 내가 평가할 수가 없다. 치고, 달리고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선수다. 앞으로 프로에 가서도 대단한 선수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야구 센스가 타고났다. 웨이트를 열심히 해서 몸만 더 탄탄하게 만들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 두고보시라"며 야구선배로서 덕담과 격려를 전했다.
부산시 기장=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