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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나란히 결승 실패' 한일전 혈투가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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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과 일본 모두 결승 진출 실패. 맞대결 혈투의 후유증일까.

이성렬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 야구 대표팀이 야구 월드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7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WBSC 'U-18 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마지막날 미국전에서 5대8로 역전패했다.

1~2회 5점을 먼저 뽑은 한국은 5-0으로 앞서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중간 이후 8실점하며 무너졌다. 수비 실책들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2년전 열린 지난 대회에서 미국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던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이번에 설욕을 노렸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과의 연장 혈투 후유증이 컸다. 한국은 미국전 전날(6일) 일본과 슈퍼라운드 대결을 펼쳤다. 0-2로 끌려가던 8회말 일본의 수비 실책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 승부치기로 5대4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일본과의 초접전 때문에 투수진 소모가 컸다. '에이스' 소형준(유신고)이 일본전에서 6⅔이닝 2실점을 던졌고, '불펜 에이스' 허윤동(유신고)도 일본전 포함 4경기에 등판했다. 주요 투수 가운데 2명이 미국전에는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전 선발 투수 이강준(설악고)과 중간에서 오원석(야탑고)이 분전했지만, 경기 중반 이후 살아난 미국 타선을 막아내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투수진이 역부족이었다. 총력전 각오로 나선 한국이지만 쉽지 않았다.

또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일본전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경기장에 나온 선수들은 집중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강풍이 불어 기상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잇따른 수비 실책에다 미국의 중간 투수로 나온 강속구 투수 알레한드로 로사리오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체력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어보였다. 일본전 승리로 뜨거워진 팀 분위기만으로 부딪히기에는 미국 선수들이 강했고, 한국은 지쳐있었다.

일본도 비슷한 후유증을 겪었다. 한국전 역전패의 여파가 훨씬 커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괴물 고교생' 사사키 로키가 예선전 내내 준비를 하다 한국전에 등판했지만, 중지 손가락 물집 재발로 1이닝만에 강판됐고 결국 경기까지 내주면서 분위기가 한층 다운됐다.

한국이 미국과 상대한 슈퍼라운드 마지막날, 일본은 호주를 만났지만 시종일관 무기력한 공격을 펼치다 1대4로 패했다. 일본 역시 '원투펀치'인 사사키와 오쿠가와 야스노부를 내세워 18세 이하 월드컵 첫 우승을 노렸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노메달'이었다. 3~4위전에 진출한 한국과 달리 최종 5위로 대회를 마친 것은 일본으로써는 충분히 자존심을 구길만한 일이었다.

일본 나가타 유지 감독은 호주전이 끝난 후 "이런 결과가 나와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다. 선수들은 노력해줬다. 지금의 이 아쉬운 마음과 경험을 다음에 살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몇몇 일본 선수들은 호주전이 끝난 후 아쉬움의 눈물을 비추기도 했다.

부산시 기장=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