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 교수(신경과) 연구팀이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질환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감염 이후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전정신경 및 소뇌, 뇌간에 이상이 생겨 급성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의 두 명 중 한 명은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급성 어지럼증은 말초 혹은 중추 전정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말초성 원인으로는 전정신경염, 중추성 병변 중에서는 뇌간 및 소뇌 부위의 뇌졸중이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어지럼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을 포함한 반복적인 검사에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이에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 미상의 어지럼증이 발병하는 기전을 찾아내고자, 어지럼증, 의식 및 근력 저하, 이상감각, 복시 등 급성 신경학적 이상을 보였으나 MRI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환자 369명을 대상으로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anti-GQ1b 항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113명이 해당 항체에 양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체를 가진 113명 중 10%에 해당하는 11명은 다른 증상 없이 주로 급성 어지럼증으로 발현해, 외안근 마비, 근력 저하, 감각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밀러피셔 증후군,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질환과 구별되는 새로운 질환임을 알 수 있었다.
'강글리오사이드'란 포유류의 신경세포막에 분포하고 있는 인지질로, 사이토카인과 호르몬의 수용체 역할을 하며 세포 간 상호작용 및 분화, 성장 조절에 관여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 감염 이후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강글리오사이드에 대한 항체가 발생하고, 항체가 신경손상을 유발해 근력약화, 감각이상, 복시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새로 규명한 사실은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의 일종인 anti-GQ1b 항체가 외안근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나, 사지의 운동, 감각을 담당하는 체성신경계를 공격할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어지럼증을 조절하는 전정신경과 소뇌와 뇌간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질환은 눈떨림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비디오안진검사와 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환자들에게서는 자발안진, 두부충동검사 이상, 두진후안진 등 다양한 눈운동 이상이 발견된다. 대개는 2~3주간 경과를 관찰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나 면역글로뷸린 주사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부 원인 불명의 급성 어지럼증의 발병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질환을 찾아 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며, 본 연구가 원인 미상의 급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안암병원의 이선욱 임상조교수(제1저자)와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장인 김지수 교수(책임저자) 등으로 구성된 다기관 연구진에 의해 이뤄졌으며,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IF: 8.689)'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