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생각하고 싶지 않은 승부다. 면목이 없다."
대만전에서 완패를 당한 청소년(18세 이하) 야구 대표팀 이성열 감독(유신고)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5일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만에 2대7로 패한 뒤 "오늘 경기에서 우리 팀은 투-타 모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승부다.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이날 에이스 소형준을 일본전에 대비해 아껴둔 상황에서 허윤동을 선발로 올렸다. 그러나 허윤동이 2이닝 3실점으로 일찍 무너졌고, 마운드를 이어 받은 이민호마저 4실점을 더했다. 타선에서도 전체적으로 무거운 스윙을 보이면서 대만 천포위의 구위에 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3회말 1-3으로 추격한 상황에서 쫓아갔다면 분위기가 달라졌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분석했다.
운도 따라주지 않은 승부였다. 2회초 왕쑨허의 2타점으로 연결된 무사 1루 상황에서 린쩐의 번트에 대비하기 위해 신준우가 전진 수비에 나섰지만, 빗맞은 타구가 키를 넘기는 내야 안타가 됐다. 추격점을 뽑아낸 3회말 공격에선 김지찬의 내야 안타성 타구에 1루심이 아웃을 선언했고, 5회초엔 이민호가 투구 준비 동작에서 보크 선언을 받은 뒤 2실점 하는 등 흐름이 전체적으로 꼬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패장이 말하기는 부끄러운 이야기"라며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출항했던 한국은 대만전 패배로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우승 후보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6일 한-일전에 대한 압박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교 야구 전국 대회 우수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린 일본은 대회 최강팀으로 꼽힌다. 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100여명의 취재진이 건너올 정도로 일본 현지의 관심도 뜨겁다. 이들은 대만전 뒤 이 감독과의 인터뷰에 나서면서 한-일전에 큰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오늘 결과를 빨리 잊고 우리의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이야기 했다"며 "일본의 전력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정신력으로 맞붙어보고 싶다. 선수들이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일본전 대비책을 두고는 "소형준을 선발로 활용하고, 허윤동과 최준용을 불펜에 대기시킬 것이다. 선발이 5회까지 잘 버텨준다면 타선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장=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