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선두와 꼴찌의 대결이었다.
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인천과 울산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8라운드. 누가 봐도 한쪽으로 기우는 승부였다. 홈팀 인천의 상대는 국가대표만 4명이 포함된, 리그 최강의 울산이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전반 40분과 후반 8분 울산의 주니오가 연속골을 넣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중반,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의 발끝이 번쩍였다. 후반 21분과 42분 연속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이근호에게 한방을 얻어맞았다. 모두가 울산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생각한 순간, 무고사가 다시 한번 날았다.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인천에 승점 1을 안겼다.
이 경기는 올 시즌 인천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인천은 매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초반을 보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올 시즌도 그랬다. 겨우내 알찬 영입으로 다크호스로 평가받았지만, 연패를 거듭하며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안데르센 감독이 경질됐고, 임중용 대행 체제를 거쳐 유상철 감독이 부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반 8분까지 이어진 0-2 과정이 꼭 그랬다.
인천은 감독 교체를 통해 어느정도 반등에 성공했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후반 42분 2-2까지 만드는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력은 좋아졌지만, 승점을 쌓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44분 이근호에게 세번째 골을 내주는 순간까지가 그랬다. 아마 지금이 여름이었다면 이대로 경기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찬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며, 잠자고 있던 인천의 잔류 DNA가 부활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인천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3대3 드라마 같은 무승부를 거뒀다. 2-3까지가 이전까지 인천이 보여준 모습이었다면, 3-3은 앞으로 인천이 보여줄 모습이다. 인천은 지난 몇년간 후반기마다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기적 같은 잔류에 성공했다. 울산전은 인천의 올 시즌 잔류 드라마의 예고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의 잔류 본능을 깨운 것은 역시 무고사였다. 지난 시즌 잔류의 핵심 주역이었던 무고사는 올 시즌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19골을 넣었던 무고사는 26라운드까지 5골에 그쳤다. 부상 여파가 겹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27라운드부터 골폭풍을 이어가고 있다. 2경기 5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의 기적을 기억하는 무고사는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로 동료들과 팬들을 깨웠다. 무고사는 경기 후 "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천의 경기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우리 인천은 K1리그에 남을 가치가 있는 팀이다. 인천이 K리그1에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찬 바람과 함께 어김없이 깨어난 인천의 생존 본능, 과연 올 시즌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인천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