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전북 현대는 1일 FC서울과의 28라운드 원정경기서 과감한 스리백 전술 변화로 2대0 완승을 거두며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전북 외국인 사령탑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출신)은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시즌 처음으로 스리백 수비를 구사했다고 밝혔다. 전북의 공격적인 스리백(권경원-최보경-김민혁) 전술은 잘 통했다. 좌우 윙백 김진수와 이 용을 전진 배치해 좀더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은 전북의 파상공세에 전반전에만 2실점하면서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전문가들은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 중후반 중요한 경기에서 팀 전술 변화는 쉬운 결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수비 포메이션을 바꾸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은 큰 혼란없이 '깜짝 스리백'을 잘 소화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상윤 해설위원은 "시즌 전 올해 전북의 우승 변수 중 하나가 모라이스 감독이라고 봤다. K리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행착오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그런데 최근 팀 운영하는 걸 보면 고집을 부리지 않고 유연한 모습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 내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말 최강희 감독(중국 상하이 선화) 다음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는 기존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에 자신이 하고 싶은 '빌드업 축구'를 입히고 싶어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빌드업 축구 스타일이 유지됐지만 지금 전북의 팀 컬러는 빌드업 보다는 최강희 감독 시절의 '닥공'에 가깝다. 후방 빌드업 보다 최대한 빨리 상대 수비 진영으로 공을 옮겨와 승부를 보고 있다. 최근 경기력에 물이 오른 전북 윙어 로페즈(브라질 출신)는 "(모라이스)감독이 최근 우리 선수들이 잘 하는 플레이를 맘껏 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완성되지 않은 빌드업 축구를 잠시 물리고 대신 익숙한 닥공에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모라이스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지도자는 아니라는 평가다. 그를 영입한 전북 현대 백승권 단장은 "모라이스 감독과 얘기를 나눠보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영입 협상을 할 때 그는 우리 팀이 만든 스타일을 자기 축구 스타일 대로 바꾸겠다는 입장이 아니었다. 우리 팀 스타일을 기반으로 해 자기 색깔을 더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처한 현실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린 외국인 지도자들을 봤다.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에 다르게 접근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변과 상의한 후 최종 결정을 했다. 주로 김상식 코치, 팀의 고참 이동국 이 용 그리고 백승권 단장 등과 자주 머리를 맞댔다. 또 그는 담당 기자들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한승규의 최적 포지션이 어디라고 보느냐"고 기자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자신의 의지로 영입한 한승규가 출전 기회를 잘 잡지 못할 때였다. 당시 팬들 사이에선 한승규에게도 출전 기회를 주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승점 60)은 1일 서울 원정 경기 승리로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우승 경쟁 중인 울산 현대(승점 59)는 인천과의 28라운드 원정경기서 3대3으로 비기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모라이스 감독은 "앞으로 10경기 남았다. 매경기 결승전이다. 울산과 맞대결 전에 최대한 승점을 많이 올리겠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