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여만에 징계 해제! 한화 이글스 이용규(34)가 사과하며 '팀을 위한 이용규'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용규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한용덕 감독과 선수단에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 3월 한화는 개막 직전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물의를 일으킨 이용규에 대해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9월 1일자로 징계를 해제, 이용규는 오랜 기다림 끝에 대전구장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모든 앙금은 사라졌을까. 트레이드를 불사하며 부당함을 외쳤던 이용규. 팀 질서와 기강, 프로야구 전체 품위손상을 했다며 발끈한 한화 구단. 한용덕 감독의 배신감도 작지 않았다. 그 동안 은퇴 위기에 내몰린 이용규는 용서를 구했고, 한화는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한화 코칭스태프도 궁지에 몰렸다.
이용규와 구단이 서로 한발짝 다가선 모습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인사 온 이용규를 미소로 맞았다. 이용규는 한 감독에게 인사하며 "죄송했습니다"라고 했고, 한 감독은 "아니야. 고생했네"라고 말하며 "살이 좀 빠졌나"라며 안부를 물었다. 이어 "마음 고생이 심했다. 잘해보자"라고 말한 뒤 이용규를 살짝 안았다.
이용규는 곧이어 외야 그라운드로 나가 선수단에도 미안함을 표했다. 이용규는 "선수로서 팀에 해서는 안될 잘못을 해 여러분들한테 죄송스럽고, 앞으로 제 잘못을 조금씩 갚아갈 수 있게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시 저를 받아준 팀 선배님들, 동기, 후배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성열 김태균 정우람 등 고참급 선수들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했고, 제라드 호잉은 이용규에게로 다가와 끌어안았다.
이용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구단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팀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언젠가 구단에 보답할 기회가 오면 누가 되지 않도록 웨이트트레이닝과 기술 훈련을 꾸준하게 해왔다고도 했다. 이용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3월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를 묻자 언급을 자제하면서 "내 생각만 하고 경솔하게 행동했다. 팀에 누가 됐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노력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화 구단이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라는 중징계를 5개월만에 풀어준 것에 대해 '이르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이용규가 몇 차례 구단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 감독의 뜻도 일부 반영됐다. 한 감독은 "선수에게 만회할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자칫 징계가 길어지면 강제은퇴 수순으로 갈수 있었다. 이용규가 고개를 숙이고, 한화가 품는 모양새가 됐다. 향후 이용규 기용에는 표면적으로는 걸림돌이 사라졌다.
이용규를 시즌이 끝나기 전 1군에서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한화는 일단 이용규를 육성군에 두고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개인 훈련을 통해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뛰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는 판단. 이후 10월 초부터 열리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가가 확정될 경우엔 교육리그에서 경기를 뛰며 실전감각을 익히게 할 생각이다.
교육리그 후엔 1군 마무리캠프에서 훈련하며 내년시즌을 준비한다. 이용규를 복귀 시키긴 했지만 올시즌을 위한 것이 아닌 내년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용규는 "1군 무대보다 복귀한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나머지는 구단에서 주어지는 스케줄대로 하면서 언제일 지 모르지만 그라운드에 건강하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용규에 대한 징계를 풀어주긴 했지만 내년 이용규가 주전으로 뛸 지는 미지수다. 한화는 여전히 포지션 경쟁, 주전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큰 불화를 겪었기 때문에 감정적인 껄끄러움도 남아있을 수 있다. 시즌 후 징계 해제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9월을 맞아 해제를 한 것이 카드 맞추기가 쉽진 않겠지만 향후 트레이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