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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멀티맨' KIA 이창진의 2루수 실험 속 숨겨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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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의 '멀티맨' 이창진(28)이 올 시즌 처음으로 내야 수비수로 중용됐다. 2루수였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이창진을 2루수로 기용했다. 이에 대해 KIA 팬은 박 감독대행의 실험에 불만이다. 이창진이 이번 시즌 전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가 부진한 틈을 타 중견수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상할 건 없다. 이창진은 인천고-건국대 시절 2루수와 3루수로 뛰던 자원이었다. 박 감독대행의 실험은 안치홍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능력이 없는 선수를 끼워넣은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이창진의 2루수 기용은 팀 리빌딩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박 감독대행은 "1, 2군 변동이 자주 있을 듯하다. 다양하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2군 선수를 포함한 자원을 두루두루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달 경찰청에서 전역하는 김호령이 중견수로서 좋은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이창진과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하다. 다만 김호령도 살리고, 이창진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것이 이창진의 내야 수비수 전환이다.

내년 자유계약(FA) 선수들의 거취도 팀 리빌딩과 무관하지 않다. 이름 값 있는 선수 중에선 알려진 대로 안치홍과 김선빈이다. KIA가 두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모두 잡을지, 상호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계약이 틀어질지, 선수들이 다른 팀 이적을 원하는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구단은 '만약'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안치홍과 김선빈 중 한 명만 빠져도 내야 수비의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만일 안치홍이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될 경우 붙박이 2루수가 없어지게 된다. 이 공백을 이창진이 올해의 2루수 경험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된다. 만일 김선빈이 팀을 떠나게 될 경우 주로 3루수로 기용되던 박찬호가 김선빈이 지난 10여년간 주전 자리를 꿰찼던 유격수로 전환될 수 있다. 특급 수비센스를 갖춘 박찬호가 유격수를 보는 건 박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이창진은 3루수로 기용될 수 있다. 다만 지난달 30일 KT 위즈전에서 이창진은 시즌 첫 3루수로 선발출전이 어색했는지 실책을 두 개나 범하고 말았다.

여기에 베테랑들 공백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팀 내 최고참 이범호와 김주찬 중 이범호가 현역은퇴를 10일 남겨두고 있다. 내년 한국나이로 마흔이 되는 김주찬도 부상이 잦아지면서 1루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안치홍이 FA 잔류 이후 1루수로 자리를 이동할 경우 이창진이 2루수로 활용될 수 있다.

KIA는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다가올 미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선수를 소위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어색함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