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막내형' 방문 효과는 대단했다. 경기장을 찾은 수천 명의 팬들이 이강인(18·발렌시아)을 보며 환호했다.
인천이 배출한 특급유망주 이강인이 10년 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섰다. 유년 시절 KBS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로 이름을 알린 이강인은 인천 유스팀을 거쳐 2008년 스페인 발렌시아로 진출하면서 오랜 기간 타지 생활을 했다. 2019년 U-20월드컵을 마치고 외부활동 없이 휴식을 취하던 중 부친과 김진야(인천) 부친의 인연으로 행사 일정이 전격 성사돼 지난 30일 오후 7시 인천 유나이티드-강원 FC간 '하나원큐 K리그1 2019' 18라운드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예상을 깨고 등번호 10번이 적힌 인천 유니폼 상의를 입고 나타난 이강인은 경기 전 경기장 안 블루 마켓에서 팬 사인회를 했고, 시축, 하프타임 이벤트 발표에 나서는 등 경기장 안에서처럼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하프타임 도중 마이크를 잡은 이강인은 "이렇게 좋은 경기를 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이 (축구장에)응원을 와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스페인에서도 인천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팬 사인회 중에는 "인천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고향팀 인천을 응원하기도 했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강인에게 사인을 받은 김동욱군(9)은 "사인을 받아 너무 좋다"고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김태현군(12)과 김동욱군의 부친인 김민재 씨(43)는 "아들이 인천 아카데미에 다닌다. 오늘 이강인을 보니 너무 듬직하다. 아들이 이강인과 같이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사인회를 찾은 한 어린이는 이강인과 악수를 한 뒤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세 명의 여성팬은 '강인아 스페인에 땅샀다'는 말로 애정을 표시했다. 뜻을 묻자 "스페인에 가서 같이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강인에게 사인을 받은 유니폼을 당장 입을 거라는 말도 건넸다.
이강인은 '날아라 슛돌이' 당시 스승으로 인연을 맺은 유상철 인천 감독을 경기 전 찾아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은 "(이)강인이가 경기를 보러 와서 힘이 생긴다"며 "강원이 전 경기에서 5대4 역전승을 해서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어떻게든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와야 할 것 같은데, 강인이가 왔으니까 (분위기가)우리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었다. 비시즌 기간 중 '한달 임대'를 하고 싶지만, 연봉이 비싸서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강인은 비록 18세 어린 선수지만,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는 맹활약을 통해 웬만한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 그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수백명의 팬들이 이강인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U-20 월드컵 효과는 아직 유효했다.
이강인은 조만간 스페인으로 출국해 발렌시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스페인 현지에선 이강인이 출전 기회를 위해 레반테 등으로 임대를 떠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에 대해 이강인측에선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한 적이 없다. 이날 역시 인천 방문 소감 외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유상철 감독과 인천 팬들은 '이강인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인천은 1대2로 역전패하며 4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전반 7분 무고사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9분과 20분 강원 공격수 정조국에게 연속실점하며 무너졌다. 인천은 2승 5무 11패 승점 11점으로 최하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