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6만명의 관중들이 모였다. '축구종가'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성공적으로 펼쳐졌다.
30일(이하 한국시각) 런던스타디움에서는 MLB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MLB는 최고 인기팀인 양키스와 보스턴의 '런던 시리즈'를 몇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와 리그 홍보 차원에서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기를 치러왔다. 2000년 일본에서 뉴욕 메츠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가 처음 열린 해외 개막전이고, 이후 에도 총 5번의 해외 시리즈가 성사됐다. 2014년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정규 시즌 개막전이 호주에서 열렸었고, 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뛴 시애틀 매리너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올 시즌 개막전을 일본 도쿄돔에서 치렀다.
하지만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유럽 대륙에서 MLB 경기가 열리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특히 축구의 중심지로 꼽히는 런던에서 이번 시리즈가 개최되기 때문에 더욱 뜻 깊다. 경기가 열린 런던스타디움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주 경기장이었고,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원형 구장인 런던 스타디움은 야구 경기 개최를 위해 특설 무대와 좌석을 설치했다.
전면을 인조 잔디로 덮고, MLB 경기에서 사용하는 그라운드 흙을 마운드와 홈 주위에 깔았다. 다만 야구 전용이 아닌 구장의 특성상 파울 지역이 MLB 구장에 비해 2배 가까이 넓은 반면 홈에서 외야 정중앙까지가 약 117.4m, 양쪽이 99m로 비교적 좁은 편이었다. 최대 6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런던 스타디움에는 이날 5만9659명의 관중이 몰렸다. 팬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공작부인 부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왕자비인 메건 공작부인은 미국 출신 배우로 활약했기 때문에 MLB와는 친숙하다. 이날 양키스와 보스턴은 해리 왕자 부부에게 최근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새긴 유아용 유니폼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경기였기 때문일까. 이날 양키스와 보스턴은 무려 4시간42분 혈투 끝에 17대13으로 양키스가 이기는 엄청난 난타전을 펼쳤다. 정규 이닝 기준 역대 최장 경기 시간 3위에 해당하는 장시간 경기였다. 양팀은 1회에만 6점씩을 주고 받았고, 이후 양키스가 17-6으로 크게 앞서다 보스턴이 6회와 7회에 7득점을 추가해 4점 차로 따라붙는 등 런던 관중들 앞에서 진귀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에 나선 투수만 각 팀당 8명씩, 양팀 합계 16명이었다.
양키스 선발 투수로 나선 다나카 마사히로는 뭇매를 맞아 1회를 버티지 못하고 ⅔이닝 4안타(1홈런) 2볼넷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경기 후 다나카는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을 실망시키는 투구였지만, 그중 가장 실망한 것은 나 자신이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발전해가겠다'고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