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게이 없인 월드컵 우승 못할 걸!"
미국여자축구 대표팀 베테랑 공격수 메건 래피노가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데프랭스에서 펼쳐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개최국 프랑스와 8강전에서 전반 5분, 후반 20분 나홀로 멀티골을 몰아치며 2대1 승리를 거둔 후 '게이 선수, 게이 행동주의자'로서의 소신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도 멀티골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던 그녀다.
프랑스와의 8강전을 앞두고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발 설전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래피노가 16강전을 앞두고 "미국이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해도 백악관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래피노의 발언을 저격했다. '우승하든 못하든 메건과 대표팀을 초청할 생각이다. 래피노는 우리 국가, 백악관, 국기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미국팀과 여자축구의 빅 팬이지만 일단 메건은 우승부터 해놓고 입을 열어야할 것이다. 할 일부터 일단 끝내고 말하라'고 썼다.
래피노는 미국 최고의 여자축구 스타이자, 미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커플 중 하나다. 그녀의 파트너는 여자프로농구 스타 수 버드로 2016년부터 연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래피노는 2010년 포틀랜드대학 재학시 가족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했고, 2011년 여자월드컵에서 공식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후 동성애 및 성적소수자 인권과 성평등, 인종차별 철폐 등을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 국가가 울릴 때 무릎 꿇기 시위를 주도했던 쿼터백 콜린 캐퍼닉에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동참한 최초의 백인 여성운동선수이기도 했다. 4년전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우승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열린 성대한 파티에 기꺼이 참석했던 래피노는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파티는 보이콧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의 트위터로 불거진 논란 속에 래피노는 부담감을 딛고 이번 대회 강력한 후보인 개최국 프랑스를 무너뜨리며 실력을 과시했다. 또다시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디펜딩챔프' 미국의 8회 연속 4강행을 이뤄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게이 파이팅!(Go gays!)"를 외쳤다. "팀에 게이선수가 없으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없다. 이건 과학"이라고 농담했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 나과 같은 목적을 갖고 싸우는 이들을 통해 강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사람들이 틀렸다고 증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자 노력했다. 게이로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뛰고 있다는 것이 멋지다"고 말했다. 심적 부담속에 개최국 프랑스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은 데 대해 래피노는 "나는 나와 동성애자를 미워하는 이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팀 내부로부터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고, 친구, 가족들도 지지해주고 있다. 당당하게 밖으로 나와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주어진 기회를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래피노의 미국대표팀은 내달 3일 리옹에서 펼쳐질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 2회 연속 결승행,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