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위대한 성군 아닌 인간 세종의 모든 것!"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 영화사 두둥 제작). 25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글은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었던 세종 역의 송강호, 세종과 함께 뜻을 합쳐 한글을 만들었던 신미스님 역의 박해일, 새 문자 창제라는 세종의 뜻을 품어준 소헌왕후 역의 전미선, 그리고 조철현 감독이 참석했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글은 백성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었던 세종대왕과 세종과 함께 한글 창제에 기여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올여름 최고 기대작인 '나랏말싸미'. 세종 개인의 업적이 아닌 모두의 성취였던 한글 그 이념의 이야기로 올여름 스크린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특히 '나랏말싸미'는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와 박해일, 전미선이 가세해 관심을 끈다. 송강호의 세종대왕과 박해일의 신미스님이 함께 뜻을 합쳐 한글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빛날 두 사람의 호흡은 밀도 높은 드라마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선사할 예정이며, 전미선은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듬으며 한글 창제를 함께한 지혜롭고 품이 넓은 캐릭터를 통해 극에 무게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송강호와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03, 봉준호 감독) '괴물'(06, 봉준호 감독) 이후 세 번째 만남, 그리고 13년 만에 재회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송강호와 박해일, 전미선은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재회다.
이날 송강호는 "배우로서 세종을 연기할 수 있다는게 벅차기도 했지만 굉장히 영광스럽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사극 영화는 세 편째다. '사도'(15, 이준익 감독)라는 작품에서 영조를 연기하고 '나랏말싸미'에서 또 다시 왕을 연기하게 됐다. 그런 부분이 부담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성군을 연기해볼까 싶기도 했다. 한글을 만드는 과정이랄까 인간적인 고뇌, 왕으로서 외로운 고통을 심도 깊게 접하고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글창제라는 위대한 업적만 생각했지 고통스러운 환경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인간 세종의 매력에 매료돼 선택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극이 주는 웅장함과 막중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함도 있다. 일단은 우리 이야기고 우리 조상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더라. 조철현 감독은 오랫동안 '나랏말싸미' 전 '사도'를 집필하기도 했는데 그 호흡이나 언어의 깊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묵직함이 느껴져 작업을 하면서도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다뤘던 세종의 작품과 '나랏말싸미'의 차이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다. 하지만 그 안의 고뇌와 불굴의 신념, 문화적으로도 강한 나라가 되고 싶은 군주의 마음이 스크린 속에 담겨있다. 수건의 물기가 흥건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나 역시 위대한 업적 속에 가려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인상적이었다. 한글창제 과정에서 조력자가 스님이었다는 설정도 너무 호기심이 생겼다"며 삭발을 감행한 것에 대해 "삭발이 크게 안 어울린다는 소리는 못 들어본 것 같다. 관객이 볼 때 어색해보이지 않기 위해 절에도 가보고 스님을 지켜보면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강호는 "아무래도 박해일은 두상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본 두상 중 제일 에쁜 두상이다"고 추켜세워 웃음을 자아냈다. 조철현 감독은 "박해일은 실제 스님들이 삭발식을 거치는 것과 똑같이 삭발식을 가졌고 촬영 중에는 실제 스님처럼 느껴졌다. 스님들도 스님과 똑같은 싱크로율을 보인 박해일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송강호와 박해일, 전민선은 '살인의 추억'으로 호흡을 맞춘바, 16년 만에 재회한 소감으로 송강호는 "너무 오랜만에 만나게 돼 반가웠다. 내겐 두 사람 모두 영화적 동지다. 박해일과 전미선은 친동생 같고 특히 전미선은 친누님같은 느낌을 주는 동생이다. 내겐 가족같은 사람들이다"며 소회를 전했고 박해일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돼 너무 뜻깊다. 송강호 선배는 만났을 때 더욱 그윽해진 부분이 있다. 후배로서 송강호 선배가 걸어가고 있는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다. 일단 반갑고 뜻깊은 마음이 컸던 작품이다"고 답했다. 전미선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 때랑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겐 존재 자체가 든든한 배우들이고 말이 필요없는 배우들이다. 예전에 만난 오빠, 동생 그 느낌이다"고 애정을 밝혔다.
조철현 감독은 "영화일 30년 만에 첫 연출작을 만들게 됐다. 제목을 훈민정음으로 하려다 작가가 우리말인 '나랏말싸미'로 하자고 하더라. 쉽고 담백하게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평상시 사극 영화에 자주 참여했다. 우리 5000년 역사 중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고자 한 것은 15년이 됐다. 얼마전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스님이라는 연결고리를 알게 됐고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을 끌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하는 세종의 훈민정음이 왜 비밀 프로젝트였는지 궁금했다. 그런 부분을 영화화하게 됐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신미스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여러 언어학자,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받으며 '나랏말싸미' 고증을 이어갔다. 조선왕족실록, 한글에 대한 기록 등을 대부분 보면서 작품을 연구했다. 특히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결정적 계기는 개인사이긴 하지만 내 어머님 평생의 한이 글자를 보는 것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나랏말싸미'는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이 가세했고 영화 제작자 출신 조철현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7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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