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경우가 있다.
한화 고졸 2년차 정은원(19). '중심타선에 배치해도 긴장하지 않고 잘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한용덕 감독의 반응은 장황하지 않다. "과연 선수가 1년 만에 저렇게 변할 수 있구나 놀라울 뿐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정은원은 빠른 2000년생이다. 아직 만 스물이 안됐다. 24일 현재 팀의 전 경기(76경기)를 소화하며 0.296, 5홈런, 39타점, 53득점. 2루 수비도 견실하고, 주루플레이도 활발하다. 도루도 9개로 호잉과 함께 뛰는 야구의 선봉에 서있다.
정은원의 파격 변신. 지도자들은 이 맛에 새 얼굴을 키운다. 보고만 있어도 배 부르다. 보람과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2년 만에 최상급 야수로 진화하고 있는 정은원 케이스는 매우 드문 사례다. 모든 새내기 유망주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다른 종류의 나무가 그렇듯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는 제 각각이다. 선수마다 성장 과정도 다르다. 물을 주는대로 쑥쑥 자라는 품종이 있고, 너무 많이 주면 썩어버리는 품종이 있다. 선수 제 각각의 자질과 스타일의 차이를 보는 안목과 이에 맞춰 속도조절을 해주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한화 고졸 신인 3총사 노시환 변우혁 유장혁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전폭적 기대로 출발한 프로 데뷔 첫 시즌. 쉽지만은 않다. 헛 방망이도 돌리고, 수비 실수도 한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다. 뜻대로 안되는데 지치기까지 한다. 무조건 젊기만 하다고 풀시즌 체력이 충만한 건 아니다. 풀시즌을 치러봐야 알 수 있는 요령 체력이 있다.
특히 선두주자 노시환의 마음고생이 심하다. 공-수 모두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의 연속이다.
한용덕 감독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경험 많은 선배들과 신예를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키우는게 최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예기치 못한 줄부상으로 신예들에게 대한 의존도가 생각보다 커져버렸다.
한 감독은 23일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베테랑 정근우(37)를 2군 3경기 만에 콜업해 라인업을 짰다. 팔꿈치 통증을 털고 복귀를 준비 중인 송광민(36)의 이른 콜업도 시사했다. 한 감독은 "팀 상황상 단계를 뛰어넘어 조금 빨리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미세한 햄스트링으로 말소됐던 내야수 오선진(30)도 빠른 복귀를 준비중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조기 복귀. 힘겹게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한화의 미래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전망이다. 성장에는 방향만큼 속도도 중요하다. '제2의 정은원' 탄생을 향한 적절한 속도조절을 위해 선배들이 돌아온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