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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불펜 방화-실책' 한화, 끝내기 만루포로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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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가 아쉬웠다."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7연패 중이던 한화 이글스의 한용덕 감독이 내놓은 말이다. 18일 롯데전에서 3대11 대패 후 선수단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는 한 감독은 "'다 같은 프로야구 선수니까 좀 더 잘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상대의 전력과 관계 없이 프로야구 선수니까 끝까지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지만, 속에 담긴 핵심은 분명했다. 전날 연장 10회 5대7 역전패로 '전체 미팅'의 빛은 바랬지만, 살아난 타선 집중력에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한 감독의 바람은 실현되는 듯 했다. 선발 투수 장민재가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고, 타선은 3득점을 얻으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다. 7연패 부진 속에 시름에 잠겨 있던 한화 팬들이 목소리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이날도 불펜 방화-실책의 패배 공식이 반복됐다. 6회초 2사 1, 3루에서 장민재가 내야 안타로 첫 실점한 뒤,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이자 한 감독은 장민재를 불러들이고 안영명을 투입했다. 역투한 장민재의 부담을 덜어주고, 7연패를 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하지만 안영명은 제이콥 윌슨, 오윤석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결국 동점을 허용했고, 장민재의 7승 기회는 그렇게 허공으로 날아갔다.

7회초엔 뼈아픈 실책에 발목 잡혔다. 1사 1, 2루에서 롯데 손아섭이 친 빗맞은 타구를 잡은 좌익수 장진혁은 지체없이 홈 송구를 택했다. 그러나 공은 홈 쇄도하는 주자를 잡기에 턱없이 못미치는 방향으로 향했고, 4-3을 만든 롯데는 1사 2, 3루로 추가 득점의 기회를 얻었다. 송은범이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맞은 1사 만루에선 이대호가 친 평범한 3루수 땅볼을 받은 포수 최재훈이 홈 터치 아웃 뒤 1루로 공을 뿌렸으나, 이번엔 1루수 키를 넘기는 악송구가 되면서 또다시 실점을 허용했다. 결국 송은범은 제이콥 윌슨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했다.

모두가 포기한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3-7로 뒤진 가운데 9회말 공격에 돌입한 한화는 하위 타선의 연속 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1점차까지 추격했고,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성열이 롯데 구원 투수 박진형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10대7 한화의 끝내기 승리, 패배를 예감하며 발걸음을 돌리던 한화 팬들의 환호성으로 물든 대전의 밤이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