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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월드컵 준우승인데…그렇게 '악플'해야 속이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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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훌륭합니다. 아쉽지만 정말 고생했어요. 대신 울어주고 싶네요."

U-20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를 중계하던 안정환 해설위원이 목이 메인 목소리로 던진 격려의 말이다.

어디 안정환 위원만 그랬을까. 새벽 잠을 마다하고 거리응원, 안방 TV 앞에서 한국축구의 기적을 응원하던 대다수 국민들이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익명의 그늘에 숨은 일부 축구팬들은 '먹잇감'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꼬투리만 잡혔다하면 고개를 드는 고질병, '헐뜯기' 망령이 되살아나 선량한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모든 경기가 끝나면 으레 따라붙는 각종 미디어 매체들의 리뷰 분석기사들. 말 그대로 분석기사라 각자 시각이 다르게 마련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패했으니 아쉬운 내용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번 U-20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 준 행보를 봤을 때, 결승 패배 한 경기만 놓고 평가하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일부 무자비한 축구팬들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분석기사가 등장하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고, 뜯기 경쟁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어린 태극전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한 '기적'은 하루 아침에 잊은 듯 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라붙은 댓글들 상당수는 민망한 정도를 떠나 '비난 타깃이 된 당사자들이 행여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서게 하는 수준이었다. 말로도, 글로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결승 진출까지만 해도 뛰어난 용병술과 어린 선수와의 친화력으로 칭찬받았던 정정용 감독은 댓글 세상에서는 순식간에 '삼류감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정용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인 내가 부족했다"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지만 '악플' 팬들에겐 되레 빌미가 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등장했던 특정 선수를 향한 '마녀사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난무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던 몇몇 선수는 또 '국민 욕받이'가 됐다.

특히 한 특정선수에 대해서는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 대한축구협회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의 '뒷배'로 인해 대표팀에 뽑히고 출전 기회를 얻었다는 등 황당한 해석이 따라붙었다. 결국 이 선수의 이름은 한 포털 사이트의 순위 급상승 검색어 '톱10'에 들고 말았다. 축구같은 단체종목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만고의 진리인데도, 특정 선수의 부족했던 점을 콕 집어내 마구 물어 뜯는 모양새였다.

예외는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골든볼'까지 수상한 이강인에 대해서는 찬사 일색이다. 하지만 이강인을 엮어 '모든 게 이강인 덕분이다'는 식으로 나머지 구성원을 '무임승차'로 전락시킨 댓글도 등장했다. 그렇게 추앙하는 이강인이 "골든볼은 제가 받은 게 아니라 한 팀이 받은 것"이라며 '원팀'의 축구를 강조했지만 '악플'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칭찬의 목소리도 많았다. '방구석 전문가들 납셨네. 선수 한 명 마녀사냥이나 하고 앉아있고…, 정정용 감독님이 이런 팀 가지고 결승 올려준 것만 해도 엄청난 업적인데 그냥 수고했다고 한마디 해주면 어디 덧나나.' '잘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덕분에 즐거웠고 고맙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 비해 비난 댓글이 더 기승을 부렸다.

한 축구인은 "사실 이번에 결승까지 갈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있었나. 일부지만 이런 댓글 반응을 보면 마치 우승해야 당연했던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비해 체력적인 열세도 있었고…, 마지막 결과를 놓고 돌변한 팬심을 보면 참담하다. 즐겁자고 스포츠를 관전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결과에 금세 묻혀야 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수도 서울의 중심 서울광장에서 U-20대표팀 환영행사를 연다. 온라인에 숨어 손가락질 하는 팬보다 오프라인에 떳떳하게 나와 엄지를 들어보이는 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어린 태극전사들에게 보여주는 자리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