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루블린(폴란드 루블린)=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황금세대가 나왔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은 11일 밤(현지시각) 폴란드 루블린에 있는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결승에 올라 우크라이나와 우승컵을 놓고 대결한다.
결승까지의 길은 '발전' 그 자체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포르투갈전에서 패배했을 뿐, 이후 5연승을 달렸다. 처음에는 이강인만 보였다. 그러나 경기가 거듭될수록 선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세 이하 대표팀의 레벨을 넘어서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이들 중 파울로 벤투 A대표팀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선수도 분명히 있다.
▶이강인 X 손흥민
우선 에이스 이강인이다. 이미 벤투 감독도 이강인을 한 차례 A대표팀으로 부른 바 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이강인에 대한 평가는 '가능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소속팀 발렌시아에서는 측면 윙어로 뛰었다. 벤투 감독도 이강인을 측면 자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가능성이 높은 연결형 윙어. 이강인의 가치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은 당위성으로 바뀌는 분위기이다. 이강인은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한국의 에이스 그 자체였다. 정정용호에서는 공격의 프리롤을 맡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준의 4강전 결승골이나 조영욱의 8강전 골을 만들어낸 패스는 환상적이었다. 상대 수비수가 예상하지 못하는 패스 경로, 공격수에게 딱 맞추는 패스 속도. 이런 부분들은 당장 A대표팀에서도 필요한 능력이다. 여기에 세트피스 키커로서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A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과의 호흡도 기대해볼만 하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피니셔이다. 토트넘도 손흥민의 마무리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 찬스 메이커들이 손흥민에게 패스를 집중해준다.
그러나 A대표팀에만 오면 손흥민의 득점력은 떨어진다. 2선에서 볼을 배급해줄 선수가 많지 않다. 특히 중앙에서의 패스 공급이 아쉽다. 한 방을 찔러주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 역할을 이강인이 해줄 수 있다. 손흥민과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앙 수비 혹은 측면 수비 뒷공간을 찔러주는 패스로 손흥민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최준 X 오세훈 X 김현우 X 이광연
최준 역시 벤투 감독이 눈여겨볼 선수이다. 최준은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왼쪽 윙백과 풀백을 맡으면서 수비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오른발 왼쪽 수비수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터치라인을 물고 들어가거나 방향을 급전환한 뒤 중앙을 파고 든다. 중앙 미드필더들과의 2대1 패스 움직임도 좋다. 얼리 크로스도 준수하다. 물론 20세 이하 레벨이기는 하지만 상위 레벨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A대표팀의 왼쪽 수비수들이 긴장해야 할 경기력을 갖추고 있다.
장신 원톱 오세훈 역시 상위급에 뛸 가능성이 있다. 세네갈, 에콰도르 등 탄탄한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체격조건을 이용해 볼을 키핑한 뒤 공간을 만들어줬다. 드리블로 상대를 흔들기도 했다. 김신욱을 외면하고 있는 벤투 감독으로서는 오세훈에게 기회를 한 번 줄 수도 있다.
중앙 수비수 김현우 역시 A대표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해볼만한 자원이다. 정정용호의 수비리더로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골키퍼 이광연 역시 거듭된 선방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