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성인을 축소해놓은 느낌이었다."
이강인(발렌시아)을 처음 본 유상철 인천 감독의 소감이었다. 이강인이라는 희대의 천재가 등장한 한국축구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루블린 아레나루블린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전반 39분 터진 최 준(연세대)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정정용호는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16일 오전 1시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치른다.
이강인은 압도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이날도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18세에 불과한 이 천재는 놀라운 재능으로 이번 대회를 수놓고 있다. 한국축구사에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차원이 다르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농락할 정도의 탁월한 기술, 일본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도 주눅 들지 않는 멘탈까지 지닌 '경이로운 천재'다.
이강인의 활약이 이어지며 그의 어린 시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강인은 알려진대로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이강인은 당시에도 놀라운 재능으로 '축구신동'으로 불렸다. 당시 이강인을 지도한 유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한마디로 "타고난 재능"이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그 나이에 그렇게 차는 애를 본 적이 없다. 당시 PD가 오디션을 봐서 선수를 선발했는데, 강인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성인을 축소해놓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강인은 당시부터 특출난 기술을 갖고 있었다. 유 감독은 "강인이가 일곱살때 나와 골대 맞추기 대결을 했다. 그때 우리팀에 있는 애들도 좋은 선수들이었는데도 공이 골대까지 안갔다. 강인이는 날아가는 수준을 넘어서 골대를 곧잘 맞출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워낙 축구 DNA가 뛰어나 가르쳐 주는 기술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였다. 지금 선보이는 기술의 상당 부분을 당시부터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 감독은 "승부욕이 대단했다. 경기에서 지거나, 볼을 뺏기거나 하면 그렇게 아쉬워했다"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분명 뭐가 틀린데, 강인이는 그런 것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재능이 만개하는데에는 스페인행이 결정적이었다.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유학을 결심하고, 발렌시아에 입단했다. 유 감독은 "당시 강인이를 보면서 국내에 있으면 묻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갔으면 했는데, 기대대로 잘됐다"고 했다.
유 감독은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는 내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엄청난 수준"이라며 "강인이가 이제 18세다. 앞으로 피지컬은 나아질거고, 강약 조절은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지금은 손흥민의 시대지만, 곧 강인이의 시대가 열릴거다. 강인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백지수표같은거다. 관리만 잘해주면, 분명 한국에도 메시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