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에이스' 이강인(발렌시아)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수비진 역시 36년만의 U-20 월드컵 4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정용호는 이번 대회 콘셉트를 '선수비 후역습'으로 삼았다. 수비가 무너지면 전략 자체가 무너졌다. 많은 공을 들였지만, 우려가 많았던 수비진은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딱 부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3골을 내주기 전까지, 4경기에서 단 2골 실점이라는 짠물 수비를 과시했다. 특히, 스리백, 포백, 파이브백을 오가는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밸런스와 집중력이 돋보였다. 그 중심에는 단연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가 있다.
이강인 김정민(리퍼링) 최민수(함부르크)와 함께 4명의 해외파였던 김현우는 수비의 리더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 라인 컨트롤은 물론, 매경기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과시했다. 장대비가 내린 남아공과의 2차전(1대0 승)에서는 팀에 첫 승을 안기는 결승골까지 넣었다. 후반 24분 김정민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했다. 이 경기 승리가 아니었다면 토너먼트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남아공전에서 발목을 다쳤음에도, 김현우는 이후에도 든든히 수비진을 지켰다.
사실 김현우에게 2019년은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선천적으로 발목이 좋지 않은 김현우에게 소속팀과 대표팀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올 시즌은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완전 이적 문제가 걸려 있었다. 울산 현대고 출신인 김현우는 지난해 초 울산 현대의 육성 시스템 일환으로 디나모 자그레브로 임대됐다. 김현우는 디나모 자그레브에서도 인정받는 유망주였다. 2군인 디나모 자그레브2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그는 종종 1군과 함께 훈련을 했다.
유럽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그에게 올 시즌은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U-20 월드컵 딜레마 때문이었다. 김현우는 발목이 좋지 않았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회복할만하면 대표팀에 차출돼야 했다. 정정용 감독은 일찌감치 김현우를 수비의 핵으로 낙점했다. U-20 월드컵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김현우는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했다. 대표팀에서 돌아오면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소속팀 감독이 "잘해라", "왜 이걸 못하냐"가 아니라 "처음에 와서 하던 플레이가 어디갔냐"고 할 정도였다.
사실 김현우는 굉장히 긍정적인 선수다. 겁도 없다. 영어를 못하던 초창기 시절, 팔짱을 끼고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현우에게 소속팀 감독이 "너는 다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웃을 정도다. 2군은 물론, 1군 감독 역시 그런 김현우를 아꼈다. 언제나 긍정적이던 김현우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플레이도 하지 못했다. 슬럼프가 찾아올 무렵, 김현우는 다시 축구화끈을 조였다. 일단 눈 앞에 하나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소속팀에 집중하며 출전 시간을 다시 늘렸다.
U-20 월드컵 차출문제도 잘 풀렸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 20일 전 합류가 결정됐다. 소속팀에서 마지막 경기를 풀타임으로 마친 김현우는 바로 폴란드로 넘어가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우울했던 2019년을 평생 잊을 수 없는 한해로 바꿨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