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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시대 잘 만났을 뿐"…'기생충' 이정은, 대세론을 맞이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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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기생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최근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로 연기력과 작품성 모두를 아우르며 대중을 만족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친 명실상부 대세 배우 이정은. 그가 영화 '기생충'으로 '이정은 대세론'에 방점을 찍었다.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박사장네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 역의 이정은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최고 시청률 18.1%에 빛나는 김은숙 작가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최고의 신스틸러 함안댁 역으로 시청자의 극찬을 받은데 이어 JTBC '눈이 부시게'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혜자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비밀을 담담히 껴안는 인물을 연기하며 백상예술대상 TV 여자조연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우 이정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 후 연극,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며 마침내 대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이 영화 '기생충'에서 또 다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그가 연기하는 문광은 글로벌 IT 기업의 젊은 CEO인 박사장의 집의 입주 가정 도우미. 박사장이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유명 건축가 남궁현자 가족의 입주 도우미이기도 했던 그는 어마어마한 대저택의 모든 가정 살림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해고 통보를 받게 된 문광은 오랜 시간 대저택 지하실에 몰래 숨겨놓은 '엄청난 비밀'을 수습하기 위해 박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대저택에 방문한다. 문광의 방문을 기점으로 영화의 스토리와 분위기는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관객에게 충격을 안긴다.

이날 이정은은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대해 "영화에 대해 남겨주신 글들을 봤는데 감사한 반응이 많더라. 다 감독님 계획 속에 있었던 일인 것 같다"며 웃었다. 문광 캐릭터를 향한 뜨거운 반응에 대해서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연기자는 연기를 하고 나서 감독님이 조율을 하시는 거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앞으로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영화의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되는 문광의 인터폰 등장신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영화 리딩을 할 때 제가 '이런 식으로 하겠다'고 보여드렸는데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사실 그 대본은 문광이 취중에 온 것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취중이면서도 예의가 바르게 표현할까 싶었다. 사실 저는 무서울 줄 몰랐다. 오히려 웃길 줄 알았는데 보시는 분들이 섬뜩하다고 하더라. 속을 모르는 상황이라 더욱 무서워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재등장신에서 눈길을 끄는 문광의 얼굴 흉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확히 설명이 나오지 않는 문광의 상처에 대해 "사채업자에 맞은 것이냐"고 묻자 "봉준호 감독님은 굉장히 모호하게 말씀하신다. 문광이 사채업자에게 맞은거냐고 물어도 '맞았을 수도 있겠죠?'라는 식으로 답하신다. 제 생각에는 문광의 마음이 굉장히 복잡한 상태 아니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라서 술 마시고 누구한테 시비 걸다가 맞았다고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영화의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극중 문광. 이에 이정은은 "제가 보시다시피 얼굴이 귀염상이지 않나.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실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공포감을 느끼셔서 놀랐다. 저는 지금도 제가 너무 귀엽다고 생각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극중 지하실에서 몸을 가로로 눕혀 서랍장을 미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저는 어떻게든 몸을 만들어서 어떠한 기구의 도움도 없이 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액션 선생님이 그런 걸 웬만한 여자들이 못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제가 한 덩치 하지 않냐. 그래서 하네스라고 줄을 몸에 달고 촬영한 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중 대저택을 디자인한 것으로 설정된 남궁현자와 문광의 관계에 대해 묻자 "남궁현자 선생님과 문광과 뭔가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뭔가 이야기를 흘리신 게 있다. 아마 그 이야기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시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한양대학교 88학번인 이정은은 그동안 나이에 비해 연령이 높은 역을 많이 많으며 섭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런 게 참 재미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는 더 나이 든 역할을 해봤다. 70대도 해봤다. 그런데 오히려 요새는 에이지(Age) 점점 내려온다. 앞으로 더 내려갈 것 같다. 역행이 되고 있어서 저에게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이정은 영화의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꼭꼭 숨겨야 되는 남편 오근세 역을 맡은 배우 박명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명훈 씨가 잘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배우한테는 참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명훈 씨와 더욱 돈독하게 지냈다"는 이정은은 "명훈 씨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영화의 운명이 현실에서 이어진다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더욱 애틋했다. 그리고 우리가 또 '라이어' 연극에서 함께 했었기 때문에 더욱 편했다. 언론에 노출이 안 될 때 시간을 많이 보냈다. 문광 근세는 상영 이후에 더 애틋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자신보다 명훈 씨의 평가가 좋아서 기쁘다. 문자도 많이 주고받았다. 명훈 씨가 아이돌 같은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축하해 드렸다"며 웃었다.

또한 칸 영화제 참석했음에도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레드카펫에 서지 못했던 박명훈에 대해 언급하며 "아무래도 저희가 레드카펫을 서니까 말은 안하지만 서운했을 거다. 그때 저희는 '너는 또 올까봐'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명훈 씨가 독립영화로 해외 영화제를 정말 많이 갔다. 그래서 농담 삼아 '너희는 많이 가봤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함블리' 별명부터 백상예술대상 조연상 수상까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이정은. 그는 '대세'라는 말은 언급하자 "저는 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적으로도 여자 배우들의 변화의 모습을 보고 있고 여주인공이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 하는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런 시대를 만난단 게 행운이다. 또한 보시는 분들이 옆집 사람 같은 사람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위로 받고 함께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며 "실력 보다는 환경이 만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손사래를 치자 이정은은 "제가 볼 땐 대세는 라미란이다. 저는 그냥 주변 언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앞으로 저와 같은 배우들이 더 나올 거다. 굉장히 자율경쟁체제가 돼서 미친 듯이 연기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다. 어떤 역에는 꼭 어떤 배우들이 연기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정형성을 깨는 배우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