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고교급식왕'은 '또 백종원'이라는 시선을 넘을 수 있을까.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서울가든호텔에서 tvN 예능프로그램 '고교급식왕'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백종원, 은지원, 문세윤, 이나은, 임수정 PD가 참석했다.
'고교급식왕'은 요리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급식 레시피를 직접 제안하고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8일 첫 방송이 공개됐으며, 이를 통해 본선에 진출한 8팀의 선발 과정이 공개됐다. 2회부터는 본격적인 고등셰프들의 급식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임수정 PD는 "요리나 음식 분야에 능하신 백종원 선생님과 함께하게 됐다. 급식의 특성을 생각하면 대량조리에 능하고 이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백종원의 존재감을 언급했다. 실제로 '고교급식왕'은 백종원 없이는 탄생할 수 없던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은 요식업계의 큰손이자 방송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시작한 백종원 열풍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벌써 몇 해에 결쳐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중. SBS는 가장 적극적으로 백종원을 활용해 푸드트럭은 물론 골목상권까지 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가장 최근까지 선보여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골목식당'이다. 백종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SBS 예능국을 살린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비슷한 모습이 계속될수록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 이때문에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오히려 백종원은 프로그램의 차이를 확실하게 설명하며 우려를 잠재웠다. 백종원은 "이번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제가 항상 궁금했던 것. '왜 이럴까'했던 것들을 한다는 거다"고 설명하며 "'집밥 백선생'은 음식을 왜 만드는 사람 입장으로는 생각하지 못할까 생각해서 시작했다. '스푸파'는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길거리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로가 왜 없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종원에 따르면 '고교급식왕'은 급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종합한 프로그램이다. '왜 저렇게밖에 못주지'하는 생각에 대해 '이렇기 때문'이라는 답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백종원은 "급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께는 '이래서 그렇다'는 해석을 하는 계기가 될 거 같고 급식에 종사하는 영양사 분들이나 조리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고를 알게 된다면 급식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된 거다. 학생들의 눈높이는 뭘지 생각할 수 있던 거 같다. 학생들 눈높이도 저와 같다. 실제로 해보다 보니 단체 급식으로 해볼 수 없는 게 많았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대량조리가 가능한 것의 접점을 찾다 보니 새로운 것이 많이 생긴 거 같고, 단체급식이나 종사자들이 보면 '저런 아이디어도 있구나' 할 수 있을 거다. 저도 외식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골목식당'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배우려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백종원은 "다른 프로그램들('골목식당')은 스트레스도 받는다. 욕도 하고 방송상에서도 한다. 이번 '급식왕'은 욕을 할 일이 없다. 물론 혼내기도 한다. 제가 결혼을 제대로 했다면 저런 애들이 있을 거다. 약간 짠하기도 하다. 너무 하는 것들이 예쁘고 어떻게 이렇게 기특하지 싶다. 가르쳐주고 안좋은 얘기도 해야 한다. '골목식당'에서는 짜증나서 가르쳐주는데 여기서는 너무 재미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의 초롱초롱 눈망울을 보면 우리집에 데려가서 가르치고 싶다. 그 정도로 애들이 너무 예쁘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백종원을 만족시킨 것은 아이들의 수준이었다. 기대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조리 수준을 갖췄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백종원은 "처음에 학생들이랑 한다고 했을 때 수준이 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위기감을 느끼고 경쟁상대라고 느낄 정도였다. 우리나라 외식사업이 밝다고 느꼈다"고 극찬했다. 또 "정말로 우리나라 외식사업의 미래가 밝은 거 같다. 스카우트 하고싶지만 안될 거 같다. 이 학생들을 더 키워야 할 거 같다. 이 친구들은 더 투자해서 외국에 가서 더 좋은 것을 배우게 하고 싶을 정도다. 200팀이 넘는 팀들의 서류를 봤는데 요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식이 밝을 거 같다는 굉장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백종원과 제작진이 함께 보여줄 '고교급식왕'은 앞으로 여러 차례의 토너먼트를 남기고 있다. 총 8팀을 추린 가운데 준결승 직전까지 왔고, 이제는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다. 임 PD도 기획의도를 통해 "학생들은 영양사 선생님이나 조리사분들이 가지시는 노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반대로 아이들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고 밝혔다.
백종원이 '고교급식왕'을 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것. 백종원은 ""응원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되기를 바란다. 혹시 보시는 과정에서 방송상에서 아이들을 너무 심하게 혼내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제가 방송 전에 조리사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께 호되게 혼내달라고 했다. 그게 방송상으로 심하게 나올까 걱정인데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성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수하는 모습이 나올 거다. 요즘 '먹방'이 넘친다고 하시는데 사실 먹는 것 빼고는 없다. 먹는 것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과 조리사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께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