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또 백종원'이냐고 하지만, '고교급식왕'은 백종원에게 다른 의미를 선사한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서울가든호텔에서 tvN 예능프로그램 '고교급식왕'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백종원, 은지원, 문세윤, 이나은, 임수정 PD가 참석했다.
'고교급식왕'은 요리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급식 레시피를 직접 제안하고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8일 첫 방송이 공개됐으며, 이를 통해 본선에 진출한 8팀의 선발 과정이 공개됐다. 2회부터는 본격적인 고등셰프들의 급식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임수정 PD는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학생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더라. 급식이 전보다 좋아졌으니 만족도가 높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족도는 크지 않다고 나와서, 아이들이 직접 만들면 어떤 급식이 나올지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영양사 선생님이나 조리사분들이 가지시는 노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반대로 아이들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사실 8팀이 7번의 토너먼트 대결을 통해 우승자가 가려지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임수정 PD는 "고등셰프들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몇 백인분을 조리하는 것은 처음인 아이들이 많다. 1인분, 2인분을 고급지게 만드는 것에는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대량조리를 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냄비가 아닌 대형솥을 사용하고 오븐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조리 전에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들이 먼저 조리해주시고, 아이들이 빠르게 배우는 친구들이라 금방 감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임 PD는 "요리나 음식 분야에 능하신 백종원 선생님과 함께하게 됐다. 급식의 특성을 생각하면 대량조리에 능하고 이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은지원 씨는 40대고 급식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 신박한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세윤 씨도 아이의 아버지고 잘 맛있게 먹는 캐릭터가 독보적이라 캐스팅했다. 나은 씨는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된, 10대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에이틴 덕에 인기가 많더라. 급식요정으로 딱인 친구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멤버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 백종원'이라는 지적을 받기 딱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백종원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나 '집밥백선생', '골목식당' 등을 통해 등장한 바 있다. 백종원은 "이번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비슷한 점은 제가 항상 궁금했던 것. '왜 이럴까'했던 것들이다. '집밥 백선생'은 음식을 왜 만드는 사람 입장으로는 생각하지 못할까 생각해서 시작했다. '스푸파'는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길거리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로가 왜 없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고교급식왕'은 집에서 하는 사학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급식만큼은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라. 음식점은 제 수익만 덜 가져가면 되는데 학교 급식은 여러 제약조건이 있었다. '왜 급식을 저렇게밖에 못주지' 할 때 '이런 여건 때문이구나'를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 급식에 대해 '왜 이럴 수밖에 없지'를 알면 고친다기보다는 좋은 방향이 생기지 않을까 하던 차에 임수정 PD가 이런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백종원은 또 "급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께는 '이래서 그렇다'는 해석을 하는 계기가 될 거 같고 급식에 종사하는 영양사 분들이나 조리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고를 알게 된다면 급식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된 거다. 학생들의 눈높이는 뭘지 생각할 수 있던 거 같다. 학생들 눈높이도 저와 같다. 고기 좋아하고 튀기는 거 좋아한다. 실제로 해보다 보니 단체 급식으로 해볼 수 없는 게 많았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대량조리가 가능한 것의 접점을 찾다 보니 새로운 것이 많이 생긴 거 같고, 단체급식이나 종사자들이 보면 '저런 아이디어도 있구나' 할 수 있을 거다. 저도 외식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골목식당'과 '고교급식왕' 모두 배우려는 이들에게 백종원이 가르침을 주는 프로그램이지만. 백종원 스스로가 느끼는 차이는 '욕'이 나오느냐 또는 아니냐였다. 백종원은 "다른 프로그램들은 스트레스도 받는다. 욕도 하고 방송상에서도 한다. 이번 '급식왕'은 욕을 할 일이 없다. 물론 혼내기도 한다. 제가 결혼을 제대로 했다면 저런 애들이 있을 거다. 약간 짠하기도 하다. 너무 하는 것들이 예쁘고 어떻게 이렇게 기특하지 싶다. 가르쳐주고 안좋은 얘기도 해야 한다. '골목식당'에서는 짜증나서 가르쳐주는데 여기서는 너무 재미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의 초롱초롱 눈망울을 보면 우리집에 데려가서 가르치고 싶다. 그 정도로 애들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을 '예쁘다'고 생각한 계기는 바로 '수준' 덕이다. 기대보다도 훨씬 더 높은 실력을 보여주는 고등 셰프들 덕에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 백종원은 "처음에 학생들이랑 한다고 했을 때 수준이 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 위기감을 느끼고 경쟁상대라고 느낄 정도였다. 우리나라 외식사업이 밝다고 느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 음식 문화가 잘되려면 내가 만드는 음식을 누군가 먹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이 사업을 해야 다른 의미로 외식업이 잘 되고, 그런 분들이 외식업을 하면 사먹는 분들도 행복할 거다. 40년 50년이 돼야 외식강국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이정도라면 우리가 20년 뒤에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밝게 보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극찬했다.
이어 "이 친구들이 정말 잘 만든다. 지금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8강전이 다 끝났다. 이제 준결승에 들어가는데 제작진에게 늘 말한다. '결승에 들어가면 뻔한 메뉴가 나올 거 같다'고. 아이들이 습득력이 굉장히 빠르다. 준결승 메뉴도 보면 굉장히 최적화돼서 나온다. 정말로 우리나라 외식사업의 미래가 밝은 거 같다. 스카우트 하고싶지만 안될 거 같다. 이 학생들을 더 키워야 할 거 같다. 이 친구들은 더 투자해서 외국에 가서 더 좋은 것을 배우게 하고 싶을 정도다. 200팀이 넘는 팀들의 서류를 봤는데 요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식이 밝을 거 같다는 굉장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마지막으로 "응원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되기를 바란다. 혹시 보시는 과정에서 방송상에서 아이들을 너무 심하게 혼내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제가 방송 전에 조리사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께 호되게 혼내달라고 했다. 그게 방송상으로 심하게 나올까 걱정인데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성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수하는 모습이 나올 거다. 요즘 '먹방'이 넘친다고 하시는데 사실 먹는 것 빼고는 없다. 먹는 것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과 조리사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께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