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노블(프랑스)=전영지 기자]'1998년생 윤덕여호 막내 공격수' 강채림(21·인천 현대제철)의 고려대 시절 별명은 '림바페(채림+음바페)'다.
장 창, 손화연 등 대표팀 동료들과 고려대에서 동고동락하던 시절 장난 삼아 지어부른 별명이다. "음바페를 대학교 들어와서 알게 됐다. 빠르고 발기술도 좋고 나와 똑같은 98년생이다. '저 친구 정말 축구를 잘하는구나' 생각했다. 별명이 마음에 든다. 별명에 걸맞게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며 웃었다.
'림바페'는 지난 8일 '음바페의 나라' 프랑스, 음바페의 팀 파리생제르맹 홈구장인 파르크데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여자월드컵 개막전에서 꿈같은 데뷔전을 치렀다. 프랑스전 후반 7분 교체투입돼 패기만만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흔들었다. 후반 24분 한국의 이번 월드컵 첫 슈팅이 그녀의 발끝에서 나왔다. "속이 뻥 뚫리는 것같았다"(김도연) "막내답게 겁없이 해줬다"(조소현) "첫 월드컵에서 쫄지 않는 모습이 뿌듯했다"(이은미) 베테랑 언니들의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윤덕여 감독 역시 "어린 선수가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대담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믿고 쓸 의지를 표했다. .
11일(한국시각) 폭우가 쏟아진 프랑스 그르노블 브누아 프라숑 훈련장에서 만난 강채림은 여전히 생기발랄했다. 생애 첫 월드컵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막내니까 부담감보다 언니들을 잘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마음편하게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여졌던 것같다"고 했다. "긴장감은 있었지만 떨린다기보다 이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들어가서 많이 뛰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A매치 2경기' 강채림은 자타공인 윤덕여호의 '신데렐라'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첫 도움을 기록했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월드컵의 꿈이 이뤄졌다. 강채림은 아버지를 따라나선 조기축구회에서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축구부 오빠들과 공을 차는데 오빠들이 패스를 안줬다. 송파초등학교 여자축구부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연령별 대표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공인받았지만 뼈아픈 시련도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십자인대가 2번이나 파열됐다. 힘들었던 시절 멘토가 돼줬던 국가대표 풀백 '선배' 김혜리가 프랑스월드컵에서 강채림의 룸메이트다. 강채림은 "혜리언니는 축구의 엄마"라며 웃었다. "초등학교 때 혜리언니를 처음 만났다. 중고등학교 때 십자인대를 다치고 힘들 때도 많이 도와주셨다.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17학번인 그녀는 지난해 학교를 그만두고 올시즌 혜리언니와 같은 팀, 인천 현대제철에 입단했다.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래 선수 대다수가 2년제 대학을 갔다. 2년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도 빨리 실업팀에 가서 공을 차고, 성장하고, 부딪치고 싶었다"고 했다. "17학번 동기들이 월드컵이 시작 후 단체 메신저를 통해 파이팅을 외쳐주고 있다"며 웃었다.
프랑스에 0대4로 완패한 후 역시 노르웨이에 0대3으로 패한 나이지리아와 12일 오후 10시 운명의 2차전에서 맞붙게 됐다. 2회 연속 16강을 위해 이겨야 사는 경기다. 강채림은 "나이지리아전은 저희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대편 측면 공격수들이 빠르고 강하다. 승리를 위해 골만큼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공격수들도 같이 수비하고 최선을 다해 골을 넣고 꼭 승리하겠다"며 눈을 빛냈다.
강채림은 '첫 월드컵 무대 데뷔골'을 언급하자 생긋 웃었다. "더할 나위 없죠!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아요"라더니 "공격수로서 당연히 데뷔골의 꿈을 꾸지만, 욕심을 내기보다는 하던 대로 팀을 위해 뛰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월드컵은 승패를 떠나 꿈과 도전의 무대다.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한국 여자축구의 현재요, 미래인 강채림에게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물었다. "강채림은 누가 봐도 꼭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그르노블(프랑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