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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란] 안쓰러웠던 손흥민,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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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끝까지 뛰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손흥민(토트넘)의 2018~2019 시즌이 막을 내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홈팬들 앞에서, 시즌 마지막 질주를 했다.

손흥민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A매치에 선발로 출격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함께 투톱을 이뤄 골사냥에 나섰다. 이란전은 손흥민의 A매치 80번째 경기. 1대1 무승부 과정, 비록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경기를 했다.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지난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을 뛰고 곧바로 귀국했다. 시차 적응을 할 시간조차 없었지만, 7일 열린 호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란전까지 풀타임. 사실 이란전에 보여준 손흥민의 몸놀림은 유난히 무거워보였다. 전반 41분 상대 간담을 서늘케하는 왼발 슈팅을 때리기도 했지만, 다른 경기들과 비교하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일정만이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뛰었다. 3월 A매치(볼리비아-콜롬비아전) 2경기도 모두 소화했다. 그리고 팀이 UCL 결승까지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손흥민의 쉴 시간은 더욱 없어졌다.

호주전을 앞두고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실전.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손흥민이 뛰는 경기에서 여러 시험을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감독도 손흥민 카드를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그렇게 경기에 출전했는데, 거친 호주 선수들의 플레이에 사투를 벌였다. 호주전 후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오래 대표팀 생활을 하고 싶다. 내가 잘 관리하고 컨트롤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손흥민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정에 유독 힘들어했다. 걷는 시간 없이 늘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는 스타일인데, 이란전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반 종료 시점에는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오른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홈팬들 앞에서 끝까지 뛰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상황임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전반 경기 중에는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고,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걸 알고 미소를 짓는 등 팬서비스에도 끝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6월 A매치까지 마친 손흥민은 프리시즌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됐다. 두 시즌 만에 취하는 온전한 휴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